[이미지: 경찰청]
[이미지: 경찰청]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경찰청이 보이스피싱 등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지연출금 시간을 기존 30분에서 1시간으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 연구 과정에서 금융권 관계자들이 지연출금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가 진행한 ‘전화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지연출금제 확대 도입 연구’가 지난해 연말 완료됐다.

지연인출제는 2012년 6월부터 시행 중인 제도로 100만원 이상을 통장으로 보내면 자동화기기(CD·ATM)에서 30분간 출금·이체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연인출 제도의 변화 과정  출처: 치안정책연구소
지연출금제도의 변화 과정 [표: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

도입 초기에는 300만원 이상 이체시 10분간 ATM을 통한 현금인출을 지연시켰다. 2015년 5월 지연 시간이 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났으며 그해 9월 금액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 또 2015년 10월에는 신청한 고객에 한해 최대 3시간 동안 이체 자체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지연이체제도가 추가로 도입됐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지연인출제를 다시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경찰청은 지연출금 금액을 기존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과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 그리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경찰청 최종보고서는 결론에서 “송금 및 이체 금액은 현행 100만원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출금 및 이체 지연 시간을 현행 30분에서 1시간으로 강화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 은행 관계자, 피해자 등에 대한 심층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일선 경찰들은 대상 금액을 축소하는 것보다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피해자들은 전반적인 지연출금제 확대를 원했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지연출금제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심층 면접에 응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확대를 검토할 필요는 있으나 일종의 규제 강화로 금융소비자 및 금융권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은행 관계자는 “지연출금제도를 강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며 이를 강화하면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현실적으로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만약 제도를 확대할 경우 시간을 연장하기 보다는 대상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 금융권 관계자, 피해자 등의 의견이 종합되면서 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최종보고서는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지연출금제도 확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후 출금 및 이체 지연시간을 최소 1시간에서 가능하면 2~3시간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들은 지연출근제 확대에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연인출 제도는 금융사기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제도 확대가 더 많은 피해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전화금융사기 피해 발생 현황 [표: 경찰청]

정부 관계자들은 경찰청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지연출금 시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연출금 시간 연장이 추진될 경우 은행 등 금융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고객들의 불편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응대와 민원을 금융회사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간을 연장할 경우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현재도 출금 지연으로 항의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늘고 있는 점을 명분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마련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2016년 1만7040건, 1468억원에서 2년만인 2018년 3만4132건, 404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2019년에도 3만7667건, 6398억원으로 피해가 늘었다. 2020년 상반기에는 1만6050건, 329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급속히 증가하는 보이스피싱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만약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전화금융사기 피해 감소를 위한 대안과 분석 자료를 내놓지 못할 경우 명분 싸움에서 경찰청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