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추현우·정유림 기자] 2020년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공유'에서 출발했다.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수단(PM)부터 승용차와 상용차를 공유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리프트 등이 이를 대표하는 시장 플레이어였다. 

이들은 폭넓은 공유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이동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고용 효과는 물론 친환경 요소까지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가 공유 경제 비즈니스에 주목했다.

그러나 올해 초 전 세계로 불어 닥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이런 상황을 모두 뒤집어 놓았다. 감염 우려로 인해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공유 비즈니스 자체가 벽에 막혔다.

국내 시장 역시 공유에서 소유 경제로 바껴 가는, 큰 흐름은 비슷하면서도 해외와는 결이 다른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해외에선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한 환경 문제가 주로 부각됐다면 국내에선 안전 문제로 인한 규제에 방점이 찍힌 모습도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서비스를 종료한 '타다 베이직'을 기점으로 플랫폼 운송사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가맹택시 시장으로의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이슈... 출발은 '공유', 종착지는 '전기차'

코로나19는 승차 공유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올 2분기 전 세계 우버 이용자는 55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00만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예약률은 최대 75%까지 감소했다. 2분기 매출은 30% 하락했고 2조원 넘게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임직원의 20% 가까이 감원했다. 차세대 수종 사업으로 키우던 자율주행 부문과 비행택시 사업도 매각했다. 경쟁사 리프트 역시 큰 폭의 적자와 17% 감원을 단행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 [사진: 우버]

반면 공유 경제 부상에 위협을 느끼던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덕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관심이 차츰 부활하는 상황이다. GM과 포드가 각각 차량 공유 사업을 철수하거나 연기했다. 독일 벤츠와 BMW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축소했다. "소유에서 공유로"를 외치다 다시 소유로 되돌아오는 모습이다.

한층 더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인해 소유로의 회귀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 전기차로 귀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오는 2035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탄소배출 억제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전기차 대표주자는 누가 뭐라 해도 테슬라다. 올 상반기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1%를 넘었다.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5대 중 4대는 테슬라 차량이라는 얘기다. 올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87억7000만달러(약 9조94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테슬라 주가는 올해 수직 상승했다. 1월 초 90달러 언저리던 테슬라 주가는 12월 현재 7배 이상 오른 700달러대로 치솟았다. 21일에는 S&P 500 지수에 공식 편입됐다. 명실상부한 미국 대표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가 급등에 따라 시가총액도 6580억달러가 넘었다. 자동차 시장 1위 토요타 시가총액 2149억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전기차 분야에서 기술력과 상품성 면에서 기존 자동차 제조사보다 수년 이상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레벨3에 근접하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선보이면서 자율주행 분야마저 선도하고 있다.

레벨3 완전자율주행에 도전하는 테슬라 FSD [사진: 테슬라] 

올해 드론 분야는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물꼬를 텄다. 현대, 아마존, 월마트 등에서 비행택시(UAM)과 드론 배송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직 경량 택배, 생필품 및 의약품 배송 등 시범적인 수준에 머물지만, 상장 잠재력을 확인한 한 해였다는 평가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는 희비가 엇갈렸다. 제2의 테슬라로 각광받던 미국의 수소전기트럭 개발사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추락했다. 변변한 시제품 하나 없는 상태에서 기술력과 디자인, 경영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니콜라의 신뢰 회복은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스위스에 수소 기반 연료전지 트럭을 스위스 납품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 9월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연료전지차 6664대 중 4917대가 현대차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73.8%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에 테슬라가 있다면 수소차에 현대차가 있는 셈이다. 

◆'타다 베이직' 사라진 자리... 가맹택시로 시장 재편 가속

상반기 국내 모빌리티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타다 베이직'이다. 타다 베이직은 운영사 VCNC가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쏘카로부터 카니발을 공급받아 기사 딸린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였다. 일반적으로 이용하던 중형 택시와 다른 넓은 차량, 친절한 서비스 등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매서운 확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타다 베이직이 현행법상 예외 조항을 근거로 택시 면허 없이 파견직을 쓴 '유사 택시업'이라고 보고 불법이라고 판단해 쏘카와 VCNC를 기소했다. 규제 산업이던 택시 업계도 거세게 반발하면서 법원 판단부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까지, 수개월간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다.

법원은 타다 베이직이 불법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회에서 타다 베이직 모델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간 법안이 통과하면서 '타다 금지법'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VCNC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 [사진: VCNC]

실제 시행은 내년 4월부터지만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VCNC는 주력 사업이던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고 빠른 속도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하반기에는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과 성남 등에서 선보이며 지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한 차례 큰 격변을 겪었던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가맹택시 '카카오 T 블루'는 전국 1만3000대 수준까지 늘렸다. 여기에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 2위 업체까지 인수하며 전화 위주 대리 호출(중개)을 앱으로 전환시키는 흐름도 주도하고 있다.

실탄을 확보한 VCNC(타다)에 이어 SK텔레콤과 우버 동맹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이 가세하면서 플랫폼 운송사업도 가맹택시 위주로 재편돼 가는 모습이다. 이에 택시를 기반으로 한 가격, 서비스 등 차별화 경쟁이 내년에 보다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 따른 규제 이슈 부상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동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국내에선 한때 전동 킥보드 이용이 급증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는 지난 5월 주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공유 킥보드)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전동 킥보드 이용이 확산되는 점을 감안, 운행 자격 요건 등을 일부 완화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원래는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해선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면허가 있어야 했는데 전동 킥보드가 전기를 동력으로 운행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전기 자전거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봤다. 이에 기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면허가 없어도, 자전거 도로에서 이를 운행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법안 시행 전부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 청소년 탑승, 주차 질서가 확립되지 않은데 따른 보행자 통행 불편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졌다.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국회에서 1년도 채 안 돼 법안을 재개정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확보해 갔지만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주요 공유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씽씽 운영사 피유엠피는 전동 킥보드를 넘어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해선 아직 법적으로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만큼 내년에도 이와 관련한 정책 이슈들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자율주행 상용화 원년

올해 기반을 닦은 전기차 시장이 2021년에는 본격적인 성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승용차와 소형 화물 운송에 자율주행기능이 대폭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테슬라의 소형 SUV 전기차인 모델Y가 미국 시장 외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판매될 예정이다. 한국 시장도 포함된다. 테슬라 대항마 루시드의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 에어'도 본격 시판에 나선다. 비어있는 테슬라 모델S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추세는 내년부터 본격화돼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각 제조사마다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 시장도 전기차 경쟁이 시작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출시는 2022년으로 연기됐다. 그러나 GM의 전기 픽업트럭 허머 EV(HUMMER EV)가 2021년 가을 무렵 첫 출시 예정이다. 

각 전기차 플랫폼에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공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3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 기능이 상업화될 예정이다. 먼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월 정기 구독형으로 전환하면서 수요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 신차 구입 시 FSD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차후 이를 구독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내 완전자율주행 기능 보편화의 첫발을 내딛는 상황이 펼쳐진다. 더불어 자율주행 보편화에 따른 각종 안전규제, 도로교통법 보완, 자동차(운전자) 보험 개발 등 인프라 요소가 부각될 전망이다.

여객 수요가 아닌 화물 수송용 트럭, 밴 차량에는 완전자율주행 도입이 더 빨라진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험 운행 중인 아마존의 죽스(Zoox), 월마트의 가틱(Gatik), 현대차 계열의 카쿠(Canoo) 배송용 자율주행차량이 미국 대도시 권역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하루 주행거리 200km 미만 중단거리 소형 화물차의 전동화도 한층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인승 무인 로보택시 [사진: 죽스(Zoox)]

당장 가시화되진 않겠지만 애플의 행보에도 시선이 간다. 애플은 TSMC와 협력해 자율주행차량 전용 통합칩(SoC)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애플의 자동차 전략에 어떤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어떤 제품을 어느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전망이다. 

전기차(HW)와 자율주행기술(SW)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통합 OS 확보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관측이 있는 만큼 자동차용 OS 시장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 역시 내년도 모빌리티 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국내서도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주행 경쟁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카카오 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고 최근 세종시 일대 실제 도로에서 유상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차량으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도 내년 상반기에 서울 상암 지역 일대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해 한국판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할지로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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