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네이버가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전략으로 웹브라우저 시장 지분 확대에 시동을 건다.

기업과 공공기관 전용 웹브라우저 웨일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는데 이어 교육 시장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n-Vehicle Infotainment: IVI)을 겨냥한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5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2020 행사에서 화상회의 기능인 '웨일 온(Whale On)' 등 웨일 브라우저에 추가되는 새로운 기술들도 소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네이버는 2016년 말 웨일을 공개하고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 파이어폭스 등이 버티고 있는 범용 웹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다.

웹브라우저 점유율 제공 서비스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네이버 웨일 점유율은 스마트폰은 2.23%, PC 4.54% 수준이다.

PC가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지만 69.54%로 1위인 구글 크롬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2위권인 마이크로소프트 엣지(10.01%),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0.2%)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 애플 사파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보다는 점유율이 높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특정 용도에 특화된 웹브라우저 전략에 힘을 싣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크롬이 들었다 놨다 판에서 거점을 확대하기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특히 교육 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웨일에 웨일온을 추가하는 것도 교육 시장 공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네이버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면서 웨일을 학교 현장 디지털 교육용 플랫폼으로 투입하는데 적극적이다. 7월에는 한글과컴퓨터, 경남교육청과 제휴를 맺고 웨일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온라인 교육 서비스가 통합된 교수 학습 시스템을 개발해 연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웨일 기반 통합형 교수 학습 시스템은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 파편화돼 있던 교육 서비스 계정을 브라우저 기반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써 교육 서비스마다 계정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브라우저 기반으로 통합된 계정 하나로 다양한 교육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웨일 브라우저 개발을 총괄하는 김효 네이버 책임리더는 지난달 W3C HTML5 컨퍼런스에 참석해 통합 계정으로 교육 서비스들을 연결하고,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브라우저 기반 교육 플랫폼인 웨일 스페이스에 대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 겨냥한 네이버 웨일 스페이스 개요.
교육 겨냥한 네이버 웨일 스페이스 개요.

그에 따르면 웨일스페이스 ID 하나로 모든 교육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고 계정 관리 시스템에서 교사, 학생 웨일 스페이스 ID를 발급하고, 학생들 계정을 관리할 수 있다.

인증시스템, 수업관리시스템(LMS), 학생관리 및 수업관련 정책관리 도구를 포함한 웨일스페이스는 현재 일부 학교에 시범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는 교육용 웨일스페이스 계정과 웨일 브라우저를 사용해 교육플랫폼에 접속하고 수업, 학업, 방과후 활동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웨일 온은 이 과정에서 화상수업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선보일 예정인 웨일 기반 노트북인 웨일북과 태블릿인 웨일탭.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선보일 예정인 웨일 기반 노트북인 웨일북과 태블릿인 웨일탭.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웨일 기반 교육 플랫폼 확산을 위해 하드웨어까지 직접 준비하고 있다. 웨일 스페이스에 최적화된 노트북인 웨일북, 태블릿인 웨일탭을 네이버 브랜드로 제공할 예정이다. 웨일북과 웨일탭은 온오프라인 학습 환경에 최적화된 기기로 12월 중 출시 예정이다. 외부 업체가 생산하지만 판매는 네이버 이름으로 이뤄진다. 웨일 스페이스는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인 웨일 스토어도 제공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네이버의 행보는 크롬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노트북인 크롬북으로 미국 교육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구글과 비슷하다.

김효 책임 리더도 지난달 컨퍼런스에서 구글 크롬북을 직접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크롬은 파편화 문제를 해결해 3년만에 교육용 노트북 시장에서 리더가 됐다.

크롬북의 경우 구글 외에 삼성전자 등 여러 업체도 만들고 있지만 웨일북과 웨일탭의 경우 네이버 브랜드로만 제공될 예정이다.

교육 시장 외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n-Vehicle Infotainment: IVI) 분야에서 웨일 브라우저의 거점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는 IVI 솔루션 전문기업 드림에이스,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와 웹 기반 IVI 서비스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에서 자사 웹브라우저 웨일을 제공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IVI 서비스는 개별 차량에 맞춰 최적화가 필요했던 어려움 때문에 하드웨어 고도화에도 불구, 사용자들은 모바일 기기 앱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웹브라우저는 OS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에서라도 원하는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완성차 제조사와 IT기업을 중심으로 웹브라우저를 IVI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3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향후 카쉐어링, 음식 픽업, 차량 내 결제 뿐 아니라 식당 예약, 세차 등 많은 서비스 사업자들이 차량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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