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다섯 번째)이 3월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 은행장들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최소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망분리 예외조치를 상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했으며 코로나19 대응 조직 운영 기간도 늘렸다. 금융교육, 종합검사 등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지 알 수 없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종합검사에 비대면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사상 처음으로 원격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올해 2월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부문 검사 등을 서면검사로 대체하거나 소규모 인력을 파견해 짧은 기간 동안 검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처럼 다수의 인원이 금융회사를 방문, 상주하며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초 상반기 진행할 예정이던 금융회사 종합검사의 경우는 하반기로 연기했다. 수십명의 인원이 파견돼 금융회사에 상주하며 진행하는 금융 종합검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도 어렵고, 서면이나 소규모로 진행하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이상 종합검사를 연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최소 인원을 투입하고 원격방식을 병행하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원격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계속될 경우 금감원은 원격검사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격검사는 금감원이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감원 관계자들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후 진행된 원격강의, 원격회의, 원격세미나 등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나 변수가 많이 나타났다. 금감원의 원격검사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금감원 원격검사는 금융회사 제재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 원격검사를 시행하면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행 초기 개선 보완해 가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코로나 공존 시대에 직면한 금감원이 결국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검사 등 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인터뷰나 대면 확인, 서류 검토 등을 했던 것이 데이터 중심의 검사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교육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금감원은 FSS 금융아카데미를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FSS 금융아카데미는 금감원이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에게 전문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을 2011년 시작해 2019년까지 1만8153명을 교육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상반기 교육이 중단된 바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태가 진정되면 하반기에 FSS 금융아카데미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9월부터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FSS 금융아카데미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진행하는 다른 금융교육들 역시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달 17일 망분리 제도 개선 방안도 밝혔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해 망분리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 일상화에 대비해 망분리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회사는 망분리 규제로 인해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금감원은 올해 2월부터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원격접속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금감원은 비조치의견서에서 재난상황(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예외 조치한 것들을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을 통해 금융회사 임직원의 상시 원격접속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금감원은 각 금융회사들이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원격접속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대응 금융안정지원단 운영기간 연장...금융규제 연장 여부 고심 

금융위원회도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 9월 14일 금융위는 ‘금융안정지원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금융안정지원단 운영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금융위는 올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비상금융지원반을 신설한 후 이를 확대, 개편해 금융안정지원단을 만들었다. 금융위는 당초 1년 한시 조직으로 금융안정지원단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존속 기간을 늘린 것이다.

앞서 8월 27일 금융위는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추가 연장했다. 금융위는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폭락 장세가 이어지자 6개월 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9월 15일까지였던 금지 기간을 내년 3월 15일까지로 연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건전성 규제 완화와 관련된 조치다. 올해 3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협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에 따른 적극적인 금융 대응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대물 만기연장, 이자상황 유예조치도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 문제와도 연관돼 있는 사안이다. 이에 당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고 원활한 금융지원을 위해 규제를 일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 조짐에 따라 금융당국은 8월말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에 과거로 회귀하는 규제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전성 규제 등을 강화할 경우 금융회사들이 자금 회수와 대출 축소에 나서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규제를 완화해 줄 경우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장 급한 불인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2021년, 2022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상황이 예측불허라는 점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며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간다고 보고 대책을 추진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 뿐이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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