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과 공동으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금융회사들은 온라인으로 신청과 상담, 면접 등을 진행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 예외적으로 진행해 온 재택근무, 망분리, 온라인 행사, 비대면 채용, 사회공헌활동 축소 등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하향되면서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되고 재택근무도 완화됐다. 앞서 금융회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자 본사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순환근무를 강화했고 수도권 은행 지점들은 영업시간을 9시30분~15시30분(원래 영업시간은 9시~16시)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2단계 적용으로 은행 영업시간 등이 정상화됐지만 언제 다시 조정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면 영업시간 조정, 재택근무 전환 등 조치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심각과 안정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우려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9월 11일(현지시간) 미국 MSN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연말에 나오겠지만 미국이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2021년 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8월 말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뉴노멀 시대에 록다운(이동 제한 등 봉쇄령) 같은 방역조치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청장에 임명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역시 9월 11일 본부장으로 한 마지막 브리핑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지난 1월부터 단체 줄넘기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 종식되기 어렵고 장기간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뜻하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도 점차 코로나19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 ‘코로나 공존시대’,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용어로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이 불가능하며 최소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월 2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앞서 올해 4월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조치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 대한 한시적 완화 조치를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금융기관의 자산부채구조에 내재된 유동성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금융기관에 도입한 규제비율을 뜻한다.

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등이 코로나19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으로 유동성비율을 위반할 경우 제재를 면제하는 기간을 2021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아울러 8월 27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 역시 6개월 더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공존시대 금융권 과제 산적

코로나19 공존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은 현재의 한시적 조치를 상시적 조치로 바꿔야 한다.

우선 망분리를 비롯한 보안 규정이 문제다. 올 초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재택근무에 인터넷이 연결된 PC와 주요 전산시스템과 연결된 PC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규정이 문제가 되자 재난상황이라는 예외 규정을 통해 망분리 예외를 일부 허용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재난상황, 즉 코로나19 위험이 사라지면 원래 규정대로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난상황이 종식되지 않고 계속될 경우 망분리 규정도 개편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보안 허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채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언택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이 디지털 채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언택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신한은행]

또 올해 금융회사들은 코로나19로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웹세미나 등 온라인 행사로 대체했다. 문제는 온라인 행사가 기존 행사만큼 주목을 끌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온라인 행사를 열었을 때 기존 행사보다 고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유튜브 등에 금융 관련 영상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개최하는 온라인 행사의 차별성이 오프라인 행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채용 역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채용 박람회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온라인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8월 26일~28일 ‘2020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했다.

그런데 온라인 채용에 익숙하지 않은 취업준비생들과 금융권 인사 담당 직원들은 곤혹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채용 과정에 대한 신뢰성이 낮고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금융회사들은 올해 채용 일정을 하반기로 미뤘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채용을 미루기도 어렵고 코로나19도 종식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금융회사들이 비대면 채용 과정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의 사회공헌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음악영재들을 지원하고 미술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사박물관을 운영하며 금융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사회활동 분야 직원들은 자칫 해당 업무가 축소되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사회공헌과 마케팅의 일환으로 다양한 스포츠 종목,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 골프 박인비 선수 등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스포츠 경기가 위축, 축소되면서 금융권의 지원 의미가 모호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프로야구를 후원하며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프로야구 마케팅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야구 경기가 무관중 방식으로 열리고는 있지만 예전 만큼 열기가 뜨겁지 못하다.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금융회사들이 스포츠 분야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교육 역시 변하고 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등과 협력해 1개 회사가 1개 학교의 금융교육을 지원하는 1사1교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학교의 일반 교육 조차 어려워지면서 금융교육을 함부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회사나 직원들이 금융교육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행여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문제가 생길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금융교육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은 대면 교육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3월부터 운영을 중단한 FSS금융아카데미를 비대면 방식으로 재개한다고 9월 8일 밝혔다. FSS금융아카데미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에게 금융산업, 제도 등의 지식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2011년부터 운영됐다. 금감원은 일단 운영을 중지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길 기대했지만 결국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금감원 뿐 아니라 여러 기관, 기업들이 결국 비대면 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코로나 공존시대가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권 업무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