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선정됐다. [사진:KB금융지주]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3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은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후 최초다.

16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으로 선정된 김병호, 윤종규, 이동철, 허인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윤 회장을 단독 후보로 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11월 20일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은 후 2023년 11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KB금융을 이끌고 있으며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회추위는 뉴 노말(New Normal) 시대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적 과제,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 우위를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글로벌 진출 방안, 고객, 주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구축 방안, ESG 추진 전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질문을 통해 후보자들을 심층 평가했다. 이후 실시된 투표 결과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선우석호 위원장은 “모든 후보자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심사하고 평가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M&A를 통해 수익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혁신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했고 ESG에 대해서도 남다른 철학과 소신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종규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뉴딜 사업 탄력

윤 회장의 3연임으로 KB금융이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윤 회장은 디지털 전환 슬로건을 ‘ACE(Agile, Customer-centric & Efficiency)’로 정하고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왔다. 

가장 먼저 조직 혁신이 이뤄졌다. 슬로건 A에 해당하는 애자일(Agile) 전략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도록 변경한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입력이 필요 없는 ‘빠른 이체’와 2030세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 ‘자산관리샵(#) 등을 개발했다. 

다만 이런 조직 혁신에도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업 특성상 전산개발 속도가 느린 점은 항상 단점으로 지적받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8년 KB금융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은 클레이온(CLAYON)을 도입했다. 클레이온은 스타트업처럼 최소의 자원 투입으로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다가 외부 협업이 가능해 다른 기업과의 협약도 보다 손쉬워졌다는게 KB금융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더 많은 외부 개발자들의 협업을 위해 그룹 API 포탈 및 게이트웨이를 클레이온(CLAYON)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향후 ICT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테크 플레이어(Tech Player)와의 제휴를 활발히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뉴딜금융 지원도 좀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월 KB금융은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개최해 한국판 뉴딜 사업의 10대 대표과제 중 5개 과제를 중점 지원 영역으로 선정해 2025년까지 약 9조원의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디지털 뉴딜 정책 관련 사업 지원에 1조원을 추가, 총 10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혁신금융 지원 금액 66조원에 한국판 뉴딜 사업 지원금액 10조원이 추가돼 총 7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동안 윤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의 대표사업으로는 제주한림해상풍력, 솔라시도 태양광발전, 영암 태양광발전사업, 인천 연료전지 발전사업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등이 있다. 

주요 계열사를 통해 실제적인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환경 문제 해결 의지를 접목한 'KB맑은하늘', 'KB맑은바다' 등 금융상품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KB국민카드는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에코머니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KB손해보험은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특약이나 전기자동차보험, 시티즌 자전거보험 등의 보험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23일 화상회의로 개최된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 [사진:KB금융그룹]
지난 7월 화상회의로 개최된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 [사진:KB금융지주]

노조와 관계 개선 등 '시급'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해온 시민단체,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부담이다. 최근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11월 20일 개최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ESG 전문가로 알려진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한 KB금융 노조가 윤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사외이사 추천을 강행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사실상 노조의 의견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사주조합이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표면적 배경은 ESG 경영강화다. 이와 관련해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 이사회는 “금융경영이나 재무, 회계 등의 분야로, ESG와 관련된 전문가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동안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노동이사제 전 단계인 ‘노조 추천 이사제’를 진행해왔다. 2017년 이후로 해마다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이번이 네 번째 시도다. 

최근 KB금융의 노사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의 연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KB금융 노조에 따르면 계열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윤종규 회장 3연임’ 관련 설문조사에 7880명의 응답자 중 6246명(79.5%)가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주된 반대 이유는 '단기 성과 위주 업무강도 심화(32.2%)'와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 관련 의식 부족(30.6%)'으로 집계됐다.

노조측은 윤 회장이 취임 이후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고된 업무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물론 KB금융 계열사 조합원들이 총 2만7886명에 달하는 만큼 이 설문조사가 KB금융을 대표하는 의견이라고 볼 순 없다. 다만 응답자 중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다시 새겨볼만한 부분이다. 

올 하반기 리딩금융 자리 탈환 가능할까 

KB금융은 윤 회장이 3연임함에 따라 리딩금융 자리 탈환도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올해 2분기 실적만 놓고 본다면 이미 KB금융(9818억원)은 신한금융(8731억원)보다 약 1000억원 이상 차이를 벌렸다. 다만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 1조8055억원, KB금융 1조7113억원로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3분기 전망은 KB금융이 좀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9332억원으로, 신한금융(9255억원)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관련 이익이 연결되는 점과 증권 등 비은행 부문 이익 확대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순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순이익 감소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이 6조9000억원으로 1년 전(8조4000억원) 대비 17.8% 급감한데 이어 또다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1분기 이후 줄곧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올 2분기(1.42%)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보험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푸르덴셜 역시 올해 1분기 순이익(52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688억원)에 비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푸르덴셜의 자산은 21조원대인 점을 생각해본다면 초라한 성적표다. 

보험업계가 이미 포화상태에 돌입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KB금융이 2015년 인수했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5157억원에서 2365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미국 푸르덴셜 측도 한국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이유를 '저성장'으로 꼽으면서 이런 시각은 더욱 부채질 되는 모양새다. 

현재 KB금융은 금융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관련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이 일정에 맞춰 통합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사진:KB금융그룹]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