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인성 인턴기자] 국내 연구진이 비만을 일으키는 장 호르몬을 빛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당뇨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광응답제 치료 효과[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만·당뇨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광응답제 치료 효과[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연구재단은 가톨릭대학교 나건 교수 연구팀이 비만 환자에서 지방 축적을 돕는 'GIP' 호르몬(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의 분비를 억제할 수 있는 광역학 치료 기법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GIP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십이지장 내 호르몬의 하나로, K세포에 의해 분비되며 십이지장 내 지방이나 탄수화물에 반응하는 호르몬이다. 

지방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면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서는 GIP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비만 대사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GIP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해지고 오히려 지방 축적에 관여하게 된다.

이 때문에 GIP는 비만 대사성질환 치료를 위한 가장 적절한 표적이지만, 현재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GIP 억제 약물은 없다.

비만 대사성 질환에 대한 광역학 치료 개념도[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만 대사성 질환에 대한 광역학 치료 개념도[한국연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K세포에만 반응하는 지방산과 광응답제를 접합시켜 K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표적 광응답제를 만들었다.

광 응답제는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만들어 표적 세포를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고지방식을 섭취하도록 해 비만과 당뇨를 유발시킨 생쥐에게 이번에 개발한 광응답제를 투여한 다음 십이지장에 빛을 쬐는 실험을 실시했다. 지방산과 결합된 광응답제는 그렇지 않은 광응답제보다 K세포에 쉽게 결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표적 광응답제에서 만들어진 활성산소가 K세포를 없애 GIP 농도를 낮춰 생쥐의 몸무게와 체지방량을 감소시킨 것도 관찰했다.

현재 십이지장 표면을 태워 K세포를 제거하는 ‘십이지장 점막 재표면술’이라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표적 광응답제를 투여한 뒤 내시경을 통해 빛을 쬐는 것이 훨씬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을 연구팀은 강조했다.

나건 가톨릭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주로 암 치료에 사용되던 광역학치료를 비만 대사성질환에 접목하려는 시도로 내시경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빛을 쬐어 정상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 죽일 수 있게 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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