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인간 단백질 지도 유전자 암호로 생성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기록한 '인간 단백질 지도'(좌).상호작용이 비슷해 같은 색깔로 묶은 단백질 그룹(우)은 세포 내서 다른 생리 작용에 관여한다.[다나-파버 암 연구소 Katja Luck 제공]
사상 최대 규모의 인간 단백질 지도 유전자 암호로 생성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기록한 '인간 단백질 지도'(좌).상호작용이 비슷해 같은 색깔로 묶은 단백질 그룹(우)은 세포 내서 다른 생리 작용에 관여한다.[다나-파버 암 연구소 Katja Luck 제공]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유전자와 단백질 등 구성 물질의 무수한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우리 몸에는 약 2만개의 단백질 부호화 유전자(protein-coding gene)가 있다. 이들 유전자의 암호가 풀려 생성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 가운데 어떤 부분이 건강에 이롭고, 어떤 부분이 질병을 일으키는지는 대부분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와 캐나다 토론토대 과학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상호작용체 지도(interactome map)'를 만드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유전자 암호의 해독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인간 단백질 지도'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 프로젝트엔 미국과 캐나다 외에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이스라엘 등 6개국 과학자 80여명이 참여했다.

마침내 이 다국적 공동 연구가 열매를 맺어 사상 최대 규모의 '인간 단백질 지도'가 완성됐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인간 참고 상호작용체(HuRI)'로 명명된 이 지도에는 인간 단백질 8275종과 이들 단백질이 일으키는 5만2569개 유형의 상호작용이 기록됐다.

기존에 존재하던 단백질 지도는 다나-파버 암 연구소와 토론토대에서 만들었던 것으로, 단백질 상호작용 유형이 1만4000개에 불과했다.

나무 나이테와 비슷한 암 유전자 변이의 발생 패턴[EMBL-EBI 스펜서 필립스 제공]
나무 나이테와 비슷한 암 유전자 변이의 발생 패턴[EMBL-EBI 스펜서 필립스 제공]

9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이 단백질 지도는 향후 연구에 발판 역할을 할 '단백질 정보의 비계(scaffold of information)'와 같다. 고장 난 유전자가 어떻게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의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더 잘 이해하게 돕는 실질적인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이다.

토론토대 세포 생물분자 연구소의 프레데릭 로스 교수는 "이 지도를 활용하면 어떤 단백질의 기능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라면서 "함께 작용하는 단백질을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HuRI 지도는 이미, 인간 단백질과 관련된 세포의 새로운 역할, 병세를 악화하는 분자 수준의 문제, 세포 예정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 등을 밝혀내는 데 요긴히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연좌(guilt by association)' 원칙을 적용했다. 두 종의 단백질이 각각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이 유사하면, 비슷한 생리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1만7500종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2개 단백질 조합(pairwise combinations)에 대해 일일이 상호작용 능력을 테스트했다. 효모균에 발현시킨 각 조합의 두 단백질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분자 스위치처럼 작용해 효모균의 성장을 촉진했다.

조합마다 각각 3종의 효모균에 테스트해, 총30억 회에 달하는 테스트 중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것들만 골라 논문에 인용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단백질 지도는 사상 최대인데도 체내에서 벌어지는 단백질 상호작용의 2% 내지 11%만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효모균에는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인간 특유의 분자 인자가 없다는 점 등이 실험의 한계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바이오 아카이브(www.bioRxiv)에 업로드된 예전 버전의 HuRI 지도는 반응이 뜨거웠다. 2019년 4월 첫 공개 이후 1만5000여 명이 전체 데이터 세트를 다운로드했다.

로스 교수는 "규모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이전의 연구가 800회 이상 다른 논문에 인용됐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도 크게 주목받을 거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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