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사측과 극적 합의를 이뤘다. (사진=고정훈)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사측과 극적 합의를 이뤘다. (사진=고정훈)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이 임명 27일 만에 공식 취임했다. 앞으로 기업은행 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29일 IBK기업은행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제26대 윤 행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윤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혁신 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이 공식 취임함에 따라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경영 일정 등이 빠르게 정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정기인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윤 행장은 "IBK의 인적, 물적 자원은 잘 활용되고 있는지,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유인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업무 시스템과 조직문화는 선진적인지 살펴보고, 중지를 모아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윤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튼튼한 자본력을 갖추고,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여 ‘생활 기업금융’으로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통과 포용을 통해 변화와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일터, 신바람 나는 IBK를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취임식 이후 윤 행장은 첫 공식일정으로 IBK창공(創工) 구로, 거래기업 올트의 스마트공장 등을 방문했다. IBK창공은 혁신창업기업에게 사무공간, 투‧융자,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기업은행의 창업육성플랫폼으로, 마포, 구로, 부산 세 곳에서 운영 중이다. 올트는 IBK창공 구로의 1기 육성기업으로, 제조기업의 볼트, 너트 구매와 재고관리를 돕기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기업이다.

이날 취임식에선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던 노조도 환영의 뜻을 건넸다. 앞서 지난 3일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29일 26대 윤종원 신임 행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사진=기업은행)
29일 26대 윤종원 신임 행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사진=기업은행)

 

노조는 본점 1층에 낙하산 인사 반대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윤 행장은 본점 대신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이어갔다. 이곳에서 노조와 5차례 면담을 갖는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당시 노조측은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정부와 이야기하겠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노사갈등은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극적 합의를 이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 등 잠정 합의를 진행하면서부터다. 노사는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 반대시 추진금지,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노조측 관계자는 "그동안 신임 행장의 자질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그동안 약속과는 다르게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면서 이번 갈등이 시작됐다. 이번에 정부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를 약속하면서 사측과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취임식에서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벌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때로는 다투고 토론하고 상대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힘모아 웃을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대화를 많이 하면서 행장이 잘할 것이라 믿는다"며 "비 온 뒤 땅이 굳듯 기업은행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마음을 열고 함께 노력하겠다. 행장이 추구하는 혁신에 노조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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