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 반대에 출근이 저지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 반대에 출근이 저지됐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윤종원 신임 행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계열사 사장 인사 등 기업은행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13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조합원 600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토론회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로 노조와 사측의 극적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노조가 택한 노선은 '강경'이었다.

이번 대토론회는 기업은행 직원만이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방식으로 열렸다. 앞서 노조 측은 본점에서 근무하는 분회장들이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에 파견을 요청했다. 오후 4시에 토론회가 열리는 만큼 참석하지 못한 노조원들을 위해 온라인 실시간 중계까지 병행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약 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주로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의 명분과 향후 계획, 윤 행장과의 대화 추진 여부 등에 관해 질의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 그러나 대화의 주체가 윤 행장이 될 수 없다"며 "당 또는 정·청과 대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향후 관련 투쟁은 좀 더 심화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조 움직임에 금융노조와 한국노총, 민주노총까지 가세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한국은행 노동조합,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까지 관련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오는 21일 한국노총 새 집행부는 첫 행보로 전면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기업은행과 금융권을 넘어 노동계 전반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며 “21일 한국노총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첫 번째 행보이자 임무로 기업은행 노조과 연대해 전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 반대 시위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8일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 반대 시위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윤 행장이 임명 이후 열흘 넘게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외부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기업은행의 인사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기업은행은 상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행은 1월 중순에 은행과 자회사의 모든 임직원 인사를 한 번에 시행해왔다. 현재 16명의 부행장 중 5명이 최장 3년의 임기 를 모두 채운 상황이다. 또 다른 5명 역시 임기 2년을 채워 연임 여부 등을 논의해야할 시기다.

노조 시위와 정기 인사가 늦어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행장은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언제든 만나겠다”며 대화 의사를 밝혔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새해 첫 ‘경영현안점검회의’를 가졌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윤종원 은행장과 전 임원들이 참석했다. 경영현안점검회의는 월 2회 은행장 주재로 전 임원들이 모여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 주요 경영상황 등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정례회의다.
 
윤 행장은 이날 회의에서 제도 개혁 등을 통한 ‘혁신금융’ 선도,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한 조직 문화 혁신 등 ‘경영 혁신’을 강조하며,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TF)’ 신설을 주문했다. 또 미-이란 갈등 등 국제 경제상황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시행에 따른 시장상황 등을 점검하고,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방지 대책 등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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