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30일 두산그룹은 면세점 사업의 조기 철수를 발표했다. 당초 면세특허권 사업기간은 2020년 말까지였다. 아직 정확한 철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실상 1년이나 일찍 문을 닫는 셈이다.

현재 두산은 면세특허권 반납 후 과세청과 협의해 영업 종료일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전까지 면세점은 정상적으로 영업한다.

두산 관계자는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산타워 전경(사진=두산그룹)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조기 철수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사진=두산그룹)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9개층에 1만6824m² 규모로 터를 잡았다.

하지만 초기부터 험로가 예상됐다. 당시 서울 시내에는 두산을 비롯한 면세점이 12곳이나 입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드보복으로 줄어든 중국 단체 관광객과 명품 빅3(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입점시키지 못한 부분도 컸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해 3분기까지 면세점 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4분기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면서 반등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누적적자 600억원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마감하게 됐다.

이는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한화는 두산과 같은 시기에 문을 열었던 면세점 철수를 발표했다. 영업기간동안 영업손실이 1000억원대로 불어난 상태였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사드보복으로 중국 당국이 단체 관광을 금지시키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감소한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수익 80%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면세점이 입점한 위치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대부분 면세점은 서울 명동 부근에 밀집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을 고려해서다. 이에 비해 두산과 한화의 면세점은 외국인들이 덜 찾는 동대문과 영등포 여의도에 위치했다.

업계간 과당 경쟁도 면세점 철수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6년 6개에서 2018년 13개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이다. 그런데도 신라와 롯데, 신세계 면세점 등 빅3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원에 이를 정도로 외형적으로 커졌다. 그러나 단순히 외형만 따질 뿐이지 지금까지 어떤 부분이 면세점 사업 부진을 불러왔는지 분석은 사실상 없다"며 "면세점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좀 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롯데면세점)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13개로, 빅3가 전체 매출중 80%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