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팎의 가십과 망언들로 날마다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다.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파열음을 내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일은 소질에 안 맞아' '감정과 표정을 숨기기 어려워' '상사나 동료의 부당 대우에 어떻게 대처하지' 등 고민할 게 수두룩하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인근에서 만난 장한이 한화호텔앤리조트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이 고민들을 해소해 줄 '한 방'을 갖고 있었다. 장 과장은 근무 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근 14년간 터득한 직장생활 요령을 글로 옮겼다. 지난 3년 동안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과 <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 등 저서 3권을 출간했다. 장 과장과 인터뷰(를 가장한 고민상담)을 하며 '정답 없는 회사생활'에서 노련미를 풍기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자세가 따라야 할지 들어봤다.

장한이 한화호텔앤리조트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장한이 한화호텔앤리조트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Q. 모난 성격이 남과 관계를 맺는 데 짐만 된단 생각이 들곤 한다. 애써 둥글둥글한 척해도 결국 들통 난다.

A. 지금이야 말주변이 늘었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 나도 숫기 없단 소리를 자주 들었다. 어쩔 수 없으니 제자리에서 묵묵히 버텼다. 시간이 흐르면서 업무상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가 자연스레 등장했다가, 퇴장했다가를 반복하더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생긴 내공이다. 그러니 애써 성격을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된다. 둥글둥글한 사람들 흉내를 내봐야 본성은 숨길 수 없거니와 결국 성격은 업(業)에 맞게 변하기 때문이다.

Q. '또 하나의 나'가 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A. 가면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회에 발을 디딘 뒤 내게 주어진 자리와 역할이 있다. 그곳에서 순응하는 수단으로 가면을 택하면 버티는 힘이 단단해진다. 가면을 쓰고 벗는 반복행위가 나를 매일 극단에 올라서는 연극 배우로 만든다.

Q. 직장인이 연극 배우가 된다니, 재밌는 발상이다.

A. 지겨운 출퇴근길부터 회사에 있는 모든 긴장의 순간들을 '무대 위의 것'으로 여기면 된다. 내가 연극의 주인공이며 주변 사람들은 조연이다. 적어도 내 삶에서만큼은 말이다. 주체성을 갖고 매사에 임하게 되고 조연들의 '망언'에 쉽사리 휘둘리지 않게 된다. 배우니까 매번 맡는 역할에 맞게 표정과 말투, 행동을 바꾸면 된다.

Q. 주도적이고 유연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듯해 솔깃하다. 기자 같은 '인생 배우' 지망생에게 전수할 비법이 있다면.

A. 연극 배우는 모든 감정들에 통달해 있다. 이 감정들을 이해했기 때문에 조절 가능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우리도 실전에서 최대한 다양한 상황에 부닥칠 준비가 돼야 한다. 성장통이라 여기고 우여곡절을 겪어 내야 더 나은 배우, 더 나은 직장인이 된다.

Q. 와닿는 조언이다. 자기계발서는 묘하다. 평소엔 눈에 잘 안 띄다가도 회사 등에서 심적으로 괴로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게 된다.

A. 정말 그런 것 같다. 위로 받고 싶을 때 자기계발서만 한 친구가 없다. 다들 밖에서 힘들었던 날이면 서점에 들러 자기 상황에 맞는 제목이 박힌 책을 집어 홧김에 사지 않나. 하지만 제목에 '퇴사'가 적힌 책들은 일단 위험하다. (웃음)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 모처에서 장 과장을 만나 직장생활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 사진은 장 과장의 저서 3권. (사진=신민경 기자)

Q. 기자실에 가면 서로 질세라 한숨을 늘어 놓기 바쁘다. 나만 힘든 게 아니란 생각에 위안 받을 때도 있다.

A. 나도 출근하면 일단 한숨부터 쉰다. '나 힘든 것 알아달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가령 "어려운 부탁 말라" "위로해 달라" "건드리지 말라"는 표현이랄까. 다들 힘들지 않나.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히지만 말고 내뱉음으로써 고통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Q. 동료나 상사의 날카로운 말에 상처 받을 때가 있다. 화를 어떻게 다스리나.

A. 홧김에 화를 내는 처사는 현명하지 못하다. 좋은 소문보다 안 좋은 소문의 확산이 빠른 법인데, 수습 불가한 선을 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일단 업무상 관계자로부터 부당한 말을 들으면 '참을 인'을 몇번이고 되뇌어 보길 권한다. 금방 가라앉는다. 인내를 단련해 두면 좋다. 직장생활의 관건은 인상이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쉽게 바꾸기 어렵다. 할 말을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단 얘기다.

Q. 뿌리 뽑히듯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해 맥이 풀어져 집에 도착하는 이 시대 직장인에게 한 마디.

A. 프랑스 극작가 앙리 드 몽테를랑은 이런 말을 했다. 꿈은 불만에서 생겨나고 만족하는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직장 다니는 일, 누구나 버거워한다. 매일 아침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다짐함과 동시에 더 멋진 상황을 꿈꿨으면 한다. 지금 힘들기 때문에 미래의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승진이든 이직이든, 또 유학이든 다른 직종으로의 도전이든 간에 멋진 미래를 상상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을 값지게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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