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일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한국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단기 취직과 실직을 반복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신규고용 앞에 몸을 사린다. 늘어난 인건비와 각종 규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기반 일자리 유치가 어려워서다. 중국기업의 기술 추격도 자국기업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려 일자리 문제를 앞당기는 데 한 몫했다. 

김광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 가을 출간한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수많은 애독자층을 확보했다. 국내외 굵직한 경제 현안을 초심자의 시각에서 풀어 썼다. 전문성을 담보한 '책'이 시의성을 담은 '신문'까지 모방하기란 어려운 일. 하지만 그의 책은 쉽지만 경박하지 않고, 현안도 상당히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3주치 밀린 신문을 3시간 만에 톺아보는 느낌이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 한국기술센터에서 만난 김 연구원은 우리 경제를 관통하는 고용과 구조조정 문제를 다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 따르면 고용 경제의 발판은 기업의 투자다. 기업의 잠재투자 환경을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또 정부는 단기 일자리를 통해 시장을 임시적으로 호도하는 것을 지양하고, 시장 분위기를 직시해 적용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에 더불어 기업의 환골탈태 의지도 수반돼야 한다는 게 김 실장의 의견이다.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치열한 '제살깎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김광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세간에도 경제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인기를 실감하나.

A. 책이 정말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다. 늘 그랬듯이 바쁜 삶을 살고 있고, 현재에 만족한다. 

Q. 현안을 쉽게 짚은 책으로 저자로서의 삶을 알린지 2개월 만에 두번째 책인 <2019년 경제 전망>이 나왔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A. 누구나 내년 경제를 전망하고 이에 대비할 권리가 있다. 최신 경제 흐름을 예리한 필치로 풀어 쓰려고 노력했다. 경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의 경우, 이 책을 읽기 전에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먼저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올해 들어 조간신문에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 보도된 기사가 많아졌다. 청년실업률, 정말 최악인가.

A. 통계청이 낸 실업률 추이로 미뤄볼 때, 지난 2013년의 실업률이 8%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청년실업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작년 청년실업률은 9.8%였고, 작년은 9.9%다. 근 5년간 실업률이 계속해서 올랐다.

Q.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42.1%다. 39.5%를 기록했던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증가추세다. 실업률과 고용률이 함께 오를 수가 있나.

A. 가능하다. 고용률과 실업률 계산 시 분모가 다르기 때문에, 둘 다 동시에 오를 수 있다. 고용률의 분모에는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모든 국민)가 놓여진다. 하지만 실업률 계산 시에는 분모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와 실업자만 포함)다. 

Q. 분모가 다르기 때문에 고용률과 실업률의 합이 100이 안 되는 것인가.

A. 그렇다. 사람들은 대개 고용률과 실업률을 더하면 합이 100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통념이다. 

Q. 고용률 수치가 예상에 비해 높고, 실업률 수치는 체감실업률보다는 많이 낮다.

A. 우리나라 고용률과 실업률 계산법 상 취업자가 되기는 쉽고 실업자가 되기는 어렵다. 만 15세 이상 국민 가운데 일주일 동안 수입을 위해 1시간이라도 일한다면 취업자로 분류된다. 반면 실업자 범주에 들기 위해서는 통계청에서 조사를 하는 해당 일주일에,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구체적인 구직 활동이 아닌, 고시 공부나 자격증 공부를 했을 경우에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규정된다. 실업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웃음)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혁신성장과 일라지창출 지원방안'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혁신성장과 일라지창출 지원방안'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Q.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42.1%다. 하지만 투자 기반 일자리가 아닌, 일학습병행제, 청년인턴제 등의 임시 일자리가 고용률을 높였다는 얘기가 있다.

A. 인턴 등의 제도를 이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취업자가 상승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중 상당수가 다시 실업자가 된다. 애초에 고용 미경험 상태였다면 계속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일시적으로 취업자가 됐다가 실직하면서, 실업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모순이지만, 정부의 불안정한 일자리 정책이 오히려 실업자를 확대 양산했다.

Q. 정부 일자리 대책은 경기 불황 속 임시변통 조치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고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가.

A.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닌, 고용을 위한 정책이 이행돼야 실질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해 고용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 단기 일자리는 오히려 실질 실업자를 함께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고용 정책은 고용률에 있지 않다. 투자에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투자가 선행될 때 창출된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이 실시돼야 한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조장제도, 근로조건 개선, 4대보험 가입 의무화 등 근로조건개선 제도가 다양하게 추진돼 왔고 기업 법인세 부담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들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이 반비례 관계를 의식해,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들에게도 당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유턴기업(인건비가 싼 중국 등의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회귀하는 기업) 지원책을 늘려 엑소더스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규제 외에, 기업의 고용안전성에 관해서도 규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과 정부는 각자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는 기업들의 신산업으로의 재편을 적극 돕는 길이기도 하다.

Q. 높은 청년실업률이 정부의 임시 일자리 양산 때문일 공산이 크다고 했는데, 외부적 요인은 어떤 게 있나.

A. 정책적 책임을 묻는다면 정부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세계적 긴축 정세 속에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도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기준 금리 인상 문제, 환율 압박 등이 잠재투자를 저해한다. 또 중국 산업의 공급과잉으로 국내 주력 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이런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엄두낼 수 없다. 

Q. 취업 준비자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A. 전체 취업자 규모 가운데 대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가 채 안 된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대기업 취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미스매치'(중소기업의 제공 조건과 청년들의 이상적 일자리 조건이 부합하지 않는 것. 청년은 일자리를 찾고 중소기업은 인력수요가 있지만 상호 연결되지는 못 하는 상황을 의미)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 구직자와 중소기업은 서로 노력해야 한다. 각자 입장에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Q.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사원들의 이직이 잦다. 무조건적인 연결이 도움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A. 이직을 염두에 두고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만의 고민이 아니다. 대기업 간 이직도 많다. 모든 기업의 고용주는 사원들의 이직을 미리 고려하고 판단하며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은 조직, 남고 싶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Q. 최근 공장 자동화, 챗봇 활성화 등으로 지식과 육체를 활용한 반복 노동이 대체되고 있다. 중국도 한국의 주력 제조업 기술을 추격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하드웨어 집약에서 소프트웨어 주력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A. 지금이 바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구조조정 개편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인력이 대거 유출되고, 공급사슬의 최전방에 있는 지역상권이 붕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출혈을 감수해야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거듭날 수 있다.

Q. 대부분의 기업 의사결정자들은 기성 방식을 거두기 어려워,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데.

A.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에 얽매여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은 이미 도래했고, 발 맞춰 기업 전반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2차 산업에 국한했던 기업 수장들의 경우 혁신적 사고가 다소 결여돼 있다. 그리고 기존 산업이 미래에도 존속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우물을 벗어나, 신산업의 미래를 꾸준히 연구하고 전망해 자사에 맞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

Q. 제조업의 서비스화(소프트화) 시도를 겁내는 기업들에 제언을 한다면.

A. 현재 국내 주력산업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애초에 우리나라 주력산업이기 이전에 기존 선진국들의 주력산업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그 때의 선진국들처럼 새로운 산업으로 발을 들일 차례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은 기업은 도태될 확률이 크다. 기업 수장들은 변화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자사의 기존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신산업과 결부시킬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기업활력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공급과잉 업계가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을 하는 데 있어서 공정거래법, 세법, 상법 등의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는 제도)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 효율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 

Q. 산업 구조조정 시 정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A. 정부의 교육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생 대상 소프트웨어 역량 제고 교육을 강화해, 미래 유망 분야의 고부가가치 서비스 관련 일자리 창출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일자리 유지와 발전 문제다. 제조업 등 2차산업에 4차산업 기술을 결부시켜 기존 산업군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구조조정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인력 유출 문제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혹은 잃을 위기에 처한 기존 산업군 근로자들을 위해 인력 재교육과 재배치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김광석 저자의 신간
김광석 실장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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