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폭염의 기세에 눌려 땀에 절면서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는 냉장고가 에어컨도 대신했다. 냉장실 문을 활짝 열고 얼굴을 들이 밀면, 그보다 시원한 세상이 없었다. 그때는 냉장고가 물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가전제품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요즘 냉장고는 사람 말도 알아 듣고 적정 온도도 스스로 설정한다.

냉장고의 역사는 18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인쇄공 제임스 해디슨이 에테르(산소 원자 하나로 두 개의 작용기가 연결된 화합물)를 냉매로 이용해 공기압축기가 내장된 냉장고를 처음으로 선뵀다. 그는 오늘날 '냉장고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후 1875년 독일인 카를 폰 린데가 뮌헨의 양조 공장에 암모니아를 냉매로 활용한 냉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써 냉장고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 들었다. 암모니아는 탁월한 냉동효과와 더불어 불쾌한 냄새를 동반했기 때문에 대체재가 요구됐다. 1920년대 들어서는 프레온 가스를 사용한 냉장고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가 아는 모습을 갖춘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는 1918년 미국 캘비네이터사가 개발했다. 1929년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가 생산한 이른바 '모니터톱'이 냉장고의 실질적 대중화를 이끌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냉장고의 발명은 장기적인 전쟁과 산업 발달을 견인했다.

식료품을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음식의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냉장고의 발명은 단순히 가정의 편리함만 도모하지는 않았다. 실온에 두면 상하기 쉬운 채소나 생선, 육류 등의 보존기간이 길어져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었다. 또 냉장고의 발달은 서양 음식의 보급도 가속화했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냉장고 '금성사 눈표냉장고'
국내 최초 냉장고 '금성사 눈표냉장고'

'최초 부자' LG, 한국 '냉장고 신화' 시발점

우리나라의 경우 1965년에 금성사가 국산 냉장고 1호인 '눈표냉장고(모델명 GR-120)'를 개발해 양산했다. 금성사는 현재의 LG전자다. 당시 출고가는 8만6000원, 저장용량은 120L였다. 눈표냉장고는 외국에서 유입된 그대로 흰색이었다. 1930년대 미국에서 전기제품의 개발이 이뤄질 때 백색은 제품의 간결한 외관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백색은 '청결한 가전제품의 상징이었다.

1979년 금성사는 국내 최초로 100/200V 겸용 냉장고를 개발해 생산했다. 이후 1992년 프레온가스 대체냉매를 적용해 냉장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를 내놨다.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는 LG 냉장고의 핵심 부품이다. 모터가 '회전' 대신 '직선'으로 운동하는데,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어 일반 인버터 컴프레서보다 효율이 18% 이상 높다. 이 기술은 LG 냉장고 전 모델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LG전자의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는 지난해 3월 기준 150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를 적용한 더블매직스페이스냉장고와 얼음정수기냉장고 신제품도 내놨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는 LG 냉장고의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에 두 번 두드려 화면을 켜는 '노크온' 기능을 적용한 것이다. 소비자가 전면 도어를 두드리면 안쪽 조명이 켜져 보관 중인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확인 가능하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사진=LG전자)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사진=LG전자)

'성에 없는 냉장고'부터 '색깔 있는 냉장고'까지

삼성전자는 1974년부터 냉장고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후 강력한 단열재와 타이머에 의한 자동 서리 제거 방식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성에가 없는 냉장고'를 생산했다.

1982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목적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용도에 따라 냉동 칸을 냉장 칸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996년에는 냉장실과 냉동실의 냉각을 별도로 진행하는 독립냉각 기술을 적용하는 이른바 '독립만세 냉장고'를 내놨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생산한 삼성은 지펠 브랜드를 앞장 세우고 냉장고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냉동실과 냉장실은 항상 상하로 분리된다는 편견을 깨고 좌우 개념을 만들었다. 이로써 냉동실의 수납공간이 여유로워졌다. 

이로부터 4년 후 삼성은 인테리어 지펠을 출시하며 '백색 냉장고'의 개념을 허물고 '색깔 있는 냉장고'시대를 열었다. 2005년에는 강화유리 뒷면에 무늬를 적용한 냉장고도 출시했다. 냉장고도 꾸밀 수 있다는 생각에 착안해 다마스크와 꽃 등 다양한 무늬를 넣었다. 2014년에 들어선 후 삼성은 미슐랭 3스타 셰프들과의 협업을 통해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출시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제품에 냉각기를 냉동실에 각각 위치시킨 독립 냉각 시스템 '트윈 쿨링 플러스'를 적용했다. 또 온도 편차를 ±0.5도 내로 유지하는 '미세 정온 기술'을 구현해 보관 성능을 강화했다. 외부 온도 변화에도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설정 온도를 정확하게 구현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트윈 쿨링 플러스 적용 양문형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트윈 쿨링 플러스 적용 양문형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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