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1~2년 내에 자동차운전자들이 차량 열쇠 대신 스마트폰으로 차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될 것 같다. 가상키로 타인과 차열쇠를 공유하는 일도 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시장 1,2위인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 표준에 합의하면서 현대자동차,아우디,폴크스바겐,GM 등 세계적 자동차 업체와 함께 이같은 흐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자동차 연계 컨소시엄(Car Connectivity Consortium·CCC)’은 20일 (현지시각) 미국 오레곤주 비버톤에서 전 세계 70여개 IT기업과 자동차업체 회원사들의 합의에 따라 디지털 차량 열쇠 기능을 제공하는 최초의 ‘디지털 키 1.0’(Digital Key 1.0) 표준에 합의했다며 규격을 발표했다. 회원사에는 자동차 부품 및 가전, 센서, 칩셋,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당장 CCC의 디지털 키 1.0버전은 앱 형태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시계 등 스마트기기에 다운로드해 이를 지원하는 회원사들의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의 1,2위 업체이자 라이벌인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열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자동차열쇠 표준화에 합의했다. (사진=에릭슨)
세계 스마트폰의 1,2위 업체이자 라이벌인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열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자동차열쇠 표준화에 합의했다. (사진=에릭슨)

CCC 문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앱을 통해 기존 물리적 자동차 열쇠를 대체할 이 스펙은 ‘표준화된 솔루션(standardised solution)’으로 명명됐다. 이 표준을 준수하는 디지털키 단말기 사용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차량 제조업체와 무관하게 차량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차량 운전자는 디지털키 앱을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에 다운로드해 모든 CCC회원사 차량에서 사용할 있다. 또 디지털키를 사용하면 자동차 소유자는 다른 사람에게 물리적 키 세트를 넘기는 대신 가상키를 보내줄 수도 있다. 앱을 사용해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일시적으로 차량에 접속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주차대행을 맡길 수도 있다. 비상 발생시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CCC는 디지털키 1.0의 보안성 확보를 위해 안드로이드OS폰 및 iOS폰에 사용되는 비접촉식 (10cm 이내)모바일 결제용 근거리통신(NFC) 기술을 사용했다. 또한 차량 제조업체들이 기존의 TSM(Trusted Service Manager)인프라를 사용해 디지털 키를 스마트 기기에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배포 방식을 사용했다. 이 인프라는 모바일 앱이 NFC 칩의 기능에 접근할 때 엔드-투-엔드 보안을 제공한다. 아우디같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디지털 차량열쇠방식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량 작동전에 연계 단말기로 디지털키 사용 차량을 속인 도둑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CCC는 이미 자동차,스마트폰 제조업체 및 공급자 생태계의 광범위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지털키 릴리스 2.0 규격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규격 개발 작업은 애플, 아우디, BMW, GM, 현대자동차, LG전자, 파나소닉, 삼성전자 및 폴크스바겐 같은 CCC의 창립 회원사와 알프스전기, 컨티넨탈자동차, 덴소, 제말토, NXP 및 퀄컴같은 핵심 회원사들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1분기에 완료될 예정인 릴리스 2.0 규격은 차량과 스마트기기 간에 표준화된 인증 프로토콜을 제공한다. 자동차 연결 컨소시엄(CCC)의 목표는 자동차와 모바일기기의 통합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다. 릴리스 2.0은 업계와 단체의 힘을 합침으로써 완전히 확장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해 도입 기업들의 개발비를 줄이고 이기종 단말기와 차량 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게 된다.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기에 구현한 화면을 거울에 비추듯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 그대로 연결하는 미러링크(Mirror Link)기술도 CCC의 작품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내비게이션에 전해주는 미러링크의 인증 과정(사진=CCC)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내비게이션에 전해주는 미러링크의 인증 과정(사진=CCC)

앞서 애플은 지난 2015년 자동차 운전자가 아이폰을 사용해 차를 열어 엔진을 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산업계와 단체들은 잇따라 지원 입장을 내놓고 있다.

파울라 헌터 NFC포럼 이사는 “CCC의 표준기반 디지털 키 규격은 NFC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성, 편의성 및 용의성이 어떻게 획기적인 솔루션을 가능케 했는지 보여준다. NFC 포럼의 규격이 CCC 규격 및 풍부한 스마트 이동성 기회를 제공할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프 바르샤트 아우디 차량 바디 전자 담당 책임자는 “우리는 이미 많은 모델 시리즈에 속한 고객들에게 디지털차량 열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의 보안 표준을 준수하는 디지털 키 솔루션을 표준화함으로써 광범위한 기반에서 혁신적 서비스 제공의 토대를 놓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BMW의 알렉산더 마이어는 “BMW는 CCC가 주도하는 표준화된 디지털키 생태계에서 높은 가치를 보고 있다. 디지털키 2.0의 모든 이점을 활용하면 모든 스마트 기기 및 차량과 상호 운용되는 확장 가능한 솔루션을 통해 고객에게 훨씬 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도 “우리는 첫날부터 CCC의 디지털 키 표준화 활동을 지원하고 기여했다. 우리는 빠른 규격 개발과 1.0버전의 출시를 보게돼 매우 기쁘다. 우리 고객들이 조만간 우리차 고객에게 혁신적인 디지털 키 서비스를 제공하게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CCC 회원들과 협력해 버전 2.0의 개발과 표준화를 지속하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장과 고객들에게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너 루츠 NXP반도체 디지털키 및 NFC책임자는 “스마트 기기는 새로운 이동성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CCC는 선도적 스마트기기 및 차량업체들을 결합해 차세대 차량의 보안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입증된 NFC 기술과 보안요소가 결합해 이같은 비전을 이루는 기반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CCC의 차량용 디지털 키는 지문인식은행카드를 개발중인 디지털보안회사 제말토를 비롯한 디지털보안시장의 수많은 주요 기업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크리스틴 카비글리올리 제말토 자동차 및 모빌리티 서비스 담당 부사장은 “제말토는 2년 이상 강력히 디지털 키를 표준화하려는 CCC의 작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디지털 자동차 키의 표준화가 자동차 공유, 자동차 렌털 및 차량 관리와 같은 이동성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후푸즈 라만 CCC 협회장은 “우리 업계에서 우리의 표준화된 디지털키 솔루션에 대한 압도적 반응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시장에서 디지털키 1.0버전을 사용하는 제품을 보고 있다. 향후 나올 2.0버전은 대규모 확장성을 충족함에 따라 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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