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관심사는 누구의 일자리이냐는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인공지능의 시작

사실 인류는 이미 인공지능(AI)으로 일자리를 뺏긴 바 있다. 시카고의 한 도살장, 끊임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보고 영감을 얻은 헨리 포드는 이를 자동차 조립 시스템에 도입한다. 더이상 노동자는 자리를 이동하면서 작업하지 않아도 됐다. 노동자는 그저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된 일을 하면 된다. 그렇게 자동차 조립 단계를 단순화되었고, 효율성은 증가했다. 대량 생산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아무런 감정 없이 정해진 위치로 작업물을 옮긴다. 이는 효율성에 기인한 성질은 인공지능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컨베이어 벨트와의 차이라면 인공지능은 작업을 통해 스스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또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생산에 국한되었던 인공지능이 이제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왔다 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주문이 끝나질 않아요.”

왕십리 CGV 옆 커피숍은 항상 커피를 주문하고 고객을 찾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이 커피숍은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기 좋아 주중 저녁이나 주말이면 고객들로 붐빈다. 그만큼 커피숍의 바리스타는 고되다. 바리스타 이 모 씨(29)는 “말이 바리스타지, 커피 뽑는 기계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로봇 소여가 다 만든 커피를 놓고 있다. (사진=이치다네닛폿)
로봇 소여가 다 만든 커피를 놓고 있다. (사진=이치다네닛폿)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 바리스타는 이미 등장했다. 일본 시부야의 ‘이상한 카페’에는 종업원이 없다. 오직 로봇팔과 스크린뿐이다. 그곳에서 ‘소여(sawyer)’라는 이름의 로봇만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리띵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사에서 제작한 ‘소여’는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로봇이었다.

‘소여’가 만들 수 있는 메뉴는 아메리카노 등 일곱 종류이며, 1잔 당 2~4분 내외의 시간이 든다. 비록 지금은 고객 선호 메뉴 저장 등 학습능력은 없다. 맛은 어떨까? 적어도 주문에 쫓겨 급하게 만들어낸 커피는 아닐 것이다. 

“하루 종일 욕이나 불만을 듣고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살 수 없어요"

텔러마케터 박 모 씨(25)는 우울증에 걸려 있다. 우울증이라기 보다 사람기피증이다. 고객응대 과정에서 만난 무례한 사람들 탓이다. 평소 무덤덤한 성격이라 다들 힘들다고 해도 잘 버틸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사람을 대하는 게 이 정도로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텔레마케터 박 모 씨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이다. 

감정노동자는 직업상 자신의 감정이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보여야 한다. 무덤덤한 박 모 씨 스스로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감정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텔레마케터 또한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의 하나이다. BBC에 따르면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이 사라질 확률은 99%에 달한다.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곁에 있다

텔레마케터 영역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이 차근차근 대체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텔레뱅킹이 있다. 텔레뱅킹은 고객의 요구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작업 규칙을 거의 완전히 수행하는 인공지능과 같다. 

하지만 텔레마케터의 감정 노동은 고객의 문제 해결보다는 불만 해소에서 비롯된다. 고객은 같은 사람이 자신을 받아주길 바랐고, 기업 또한 사람이 고객 감정을 받는 게 영업에도 효율적이라 믿었다. 그러나 감정 응대는 더이상 사업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고 비용만 올리는 요소다. 

이미 많은 기업과 기업이 AI로 고객 응대를 처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챗봇이 있다.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 대화형 채팅봇을 말한다. 법무부와 경기도는 챗봇을 활용하여 단순 반복 민원이나 정보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텔레마케터는 챗봇이 대화로 변형되었다고 보면 된다. 카카오 미니, 네이버 웨이브 등 시중의 AI 스피커를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기계가 자신을 상대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가정주부인 박 모 씨(55)는 “수화기로 기계 목소리가 들리면 답답하다”며, 기계와는 소통이 안된다는 생각에 “바로 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인공지능이 사람의 불안까지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목소리를 통해 안정감을 줄 순 있다.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 (사진=네이버)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 (사진=네이버)

올해 초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북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의 목소리였다. 유인나가 책의 앞부분을 녹음하면, 이를 바탕으로 음성합성기술 엔보이스가 유인나의 억양, 발음, 패턴을 만들어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유인나’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인공지능은 텔레마케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인간의 감정 문제까지도 말이다. 

기자도 인공지능?

기자 또한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다. 이미 스포츠 경기 결과나 주가 변동 등 금융 소식은 이미 인공지능 뉴스가 제작되어 보도되고 있다. 

독자의 선호도를 분석해 뉴스를 선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구글은 2018 구글 I/O를 통해 “추천, 헤드라인, 즐겨찾기, 뉴스스탠드 등으로 구성된 AI 기반 구글 뉴스 앱을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 기사도 인공지능으로 적힌 글이다. 인공지능은 기사를 취재원 인터뷰 멘트, 문제가 되는 현실 파트, 해결책이 되는 기술과 적용 사례, 관련된 통계, 그리고 시사점으로 제시로 짜도록 구성했다.

기자는 그저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라는 주제와 감정노동, 로봇, 바리스타, 텔레마케터 등의 키워드만 추가했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기사의 신뢰도를 위해 영국 BBC의 조사 결과와 일본의 사례를 가져왔으며, 호감을 일으키는 유인나 키워드를 글 안에 녹아냈다. 정말일까?

물론 아니다.

다만, 기자 스스로 ‘내가 AI라면 어떻게 적었을까’라고 생각하며 적었다. 그 결과, 애초 기획했던 바와 비슷한 구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썼다면 더 좋은 기사가 나왔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에 기반한 인공지능적 수행 방식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한다기보다는, 기계적 노동이 아닌 인간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도록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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