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물품 쇼핑이나 서비스 구매시 피부밑에 심은 쌀알 만한 칩으로 간편결제를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스웨덴에서는 이미 3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칩을 피부 밑에 이식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개인정보 해킹이라는 무서운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외신들 중 생체칩 이식에 따른 편리함과 위험성 경고에 대한 내용을 종합·편집해 봤다.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시각) 수많은 스웨덴인들이 건물 출입, 쇼핑 및 국영철도 SJ레일의 기차표 예약 결제 등을 위해 피부 밑에 초소형 RFID칩을 심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에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료로 이식...건물 출입 및 음식비 결제에 프린터 작동까지

이미 스웨덴에서는 여러 회사가 자사 직원들에게 무료로 이 같은 무선칩 시술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은 RFID태그는 주사기를 통해 손등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이식된다.

몇몇 스웨덴 회사는 이미 (대부분) 무료로 직원들에게 칩을 이식시켜 줌으로써 신속히 건물로 들어가거나 카페테리아의 음식비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생체이식용 RFID칩. 대개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의 피부 아래 주사기로 심게 된다. (사진=나이프트켄)

스웨덴 회사 에피센터(Epicenter)라는 스타트업은 지난달 직원들에게 RFID칩을 이식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신문 지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RFID칩을 제공해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스와이프카드 대용, 출입문 개폐, 프린터 작동 또는 음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 내 칩이식은 지난 2015년 말 처음 도입됐으며 처음에는 비밀스럽게 이뤄졌지만 참여자가 광범위하게 늘어나면서 지금은 3000명 가량의 이식자가 존재한다. 더 이상 스웨덴에서 RFID칩을 손에 이식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단말기에 이 칩을 심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빌딩출입을 하거나 음식값을 지불할 수 있다.

잠재적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많은 스웨덴인들은 개인정보침해보다 편의성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대행사 마인드셰어에서 일하는 직장여성 울리카 셀싱(28)은 손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해 보안카드가 없이도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칩에 저장된 데이터의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현재 기술이 칩을 해킹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장차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언제든 이 칩을 꺼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울리카 셀싱은 일터의 출입문을 열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작은 상자에 흔들어 코드를 입력한다. 그녀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보다 편리한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점차 확산 추세...국영철도 연 130명이 RFID이식칩으로 티켓 결제

스웨덴 사람들은 오랫동안 개인정보 공유를 쉽게 허용해 왔다. 이것이 마이크로칩 이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스칸디나비아주의 개인정보는 다른 행정기관과 함께 사회보장시스템에 등록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세무당국에 신속히 전화를 걸어 각각의 급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스웨덴 국영철도회사 SJ레일은 1년에 130명이 넘는 RFID칩 사용자들로부터 예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약 130명의 사람이 이 사진에서 보듯 피부에 심은 RFID칩으로 티켓구매 내역을 확인받는다. (사진=SJ레일)

손에 마이크로칩을 장착한 통근자들은 승차권 데이터를 직접 자신의 단말기에 담을 수도 있다. 열차 차장은 스마트폰으로 칩을 판독해 승객이 비용을 지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스웨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나라의 여행시스템은 수많은 은행카드의 비접촉식 카드와 같은 근거리통신(NFC)을 사용하고 있어 더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미래 프로젝트에도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고 승객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 시스템이 출시됐을 때 자그마한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도승무원 스마트폰에 탑승객의 열차표 정보 대신 링크드인 프로필이 뜬 적도 있다.

서서히 부상하는 개인정보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감

RFID칩을 이용하는 기술 자체는 이미 오래된 기술이다. 에피센터와 몇몇 회사들은 이칩을 광범위하게 이식해 활용한 최초의 회사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칩이 더욱 정교해짐에 따라 윤리적 딜레마가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RFID칩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통증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10여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RFID칩 신체 이식 역시 대다수 신기술이 그렇듯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칩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는 직원이 일하는 빈도, 또는 구매제품 목록을 보여준다.

이같은 스웨덴 내 생체칩 이식 확산 분위기에 직접 데이터침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과학자도 있다.

스웨덴 룬드시 소재 맥스4(MAXIV)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벤 리버튼 씨는 “스웨덴 사람들은 이 기술로 인해 매우 편안해 하며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신기술에 대한 저항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체 이식칩 사용에 따른 편리함이 이른바 ‘신체 해커 (body-hackers)’의 개인정보 침해위험성을 능가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용 X레이를 제공하면서 “현재 이식칩에서 수집되고 공유되고 있는 데이터 규모가 작지만 커질 것으로 본다. 한곳에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더많은 위협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칩을 신체에 이식하면 면역체계의 감염이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RFID이식칩은 스와이프카드나 스마트폰과 달리 쉽게 분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고는 이미 오래전 나왔다

생체이식칩은 지난 2007년 초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베리칩의 자회사 X마크 사는 유괴로부터의 어린이 보호, 알츠하이머로 길잃은 노인 찾기, 범죄자 관리 추적 시스템 등 다양한 용도로 여러 개의 생체이식용 RFID칩을 소개했다.

같은 해 미국 의사협의회는 “이 칩은 환자 인식에 도움이 되고 안전성, 효율성이 확실해 환자기록 접근 보장에 사용될 수 있다”는 권고안을 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 2004년 10월 주식공개를 위해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사전 보고서에는 “생체칩 이식시 근육섬유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잃어버린 프라이버시(Privacy Lost)’의 저자인 데이비드 휼츠먼은 “동물 임상실험 결과 통증과 함께 종양이 유발됐다. 16자리 숫자를 읽을 수 있는 칩 스캐너를 소유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정보를 읽을 수 있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MRI와 함께 작동시 호환이 안 돼 사용자가 화상을 입었다는 보고도 나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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