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본격 개화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가 5G 시대에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으로 제로레이팅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 또한 이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터넷, 콘텐츠 기업 등이 아직까지 제로레이팅에 동참할 의지가 없다는 점은 한계다.

제로레이팅 서비스란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콘텐츠 기업 간 제휴로 특정 서비스에 데이터 요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가 내야 할 비용을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분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부터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G6를 사는 고객에게 클라우드 저장공간 100GB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비용은 LG유플러스와 LG전자가 같이 부담한다. 본래 이용자가 유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지만, 자사의 제품과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 제로레이팅 서비스 현황 (자료=3사 취합)

제로레이팅 서비스 급부상...왜?

제로레이팅이라는 단어가 새해 들어 급부상한 것은 지난 10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다.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가 주제였던 이날 간담회에선 이동통신사의 5G 설비 투자와 관련 단말기, 장비 도입 부담이 커서 이용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초고속, 초연결 등의 특성을 지닌 5G 기반 하에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대용량 실감 미디어의 등장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한다는 점도 이용자의 통신비를 늘리는 요인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2G~4G 휴대폰 사용자의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2015년 1월 11만7686TB(테라바이트)에서 2016년 1월 17만3126TB, 2017년 1월 25만2621TB, 2017년 11월 29만8614TB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기업 시스코는 5G 시대에는 LTE 대비 데이터 트래픽이 4.7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에릭슨엘지 또한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해마다 50%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3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제로레이팅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5G 가면 동영상 용량 폭발하는데 소비자 부담 커지지 않도록 제로레이팅 활용할 필요 있다”고 했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또한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 업자의 비용 분담을 언급했다.

이동통신 3사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 취약계층 요금 추가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등 규제 이슈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고 5G 설비 투자 등으로 막대한 비용 지출을 앞두고 있다. 비용 보전 방안의 하나로 제로레이팅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망중립성 원칙,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통신비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정부가 이동통신사에게 허용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당근책이 제로레이팅 서비스인 셈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과기정통부는 공정경쟁이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선행규제 대신 사후규제만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무선데이터 트래픽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로레이팅 확대의 걸림돌은

다만 이동통신 3사가 아무리 제로레이팅 활성화를 외쳐도 파트너사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인터넷, 콘텐츠 기업들의 입장을 보면 제로레이팅의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이동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지불한 망 사용료는 2016년 기준 약 730억원이다. 2016년 매출 4조226억원임을 감안하면 1.82%를 차지한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을 제정해 의결,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허용했다. 이 기준은 사업자간 협의해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거나 비용을 깎아주는 등 이용자 차별을 가능케 했다. 그럼에도 SK텔레콤과 나이언틱 간의 포켓몬고 데이터 프리 서비스를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3월까지 연장한 것을 제외하고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등장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이들은 제로레이팅을 하더라도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일 뿐 전체 통신비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 콘텐츠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등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동통신사들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들고 나왔는데 관련 비용을 내는 주체만 달라질 뿐 큰 틀에서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모호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선보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로레이팅을 사실상 허용했지만 그 기준이 원론적인 수준이어서 해석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며 “정부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망중립성 원칙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로레이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3월 포켓몬고 게임개발사 나이언틱과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휴한 이후 그 해 10월까지 총 215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했다. (사진=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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