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로부터 독립해 설립한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가 출범한다. 전보다 높아진 PP의 위상과 함께 PP업계의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아직 다수의 PP가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에 참여하지 않는 등 출범 초기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가 이날 오후 서울 누리꿈스퀘어에서 창립식을 개최한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PP의 권익 보호와 진흥 정책 수립, 플랫폼 간 현안 공론화 등을 위해 지상파 계열 PP(KBS N, MBC 플러스, SBS 플러스 등)가 설립을 주도했으며, 지난달 27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지상파 계열 PP 외에도 YTN, CNTV, CMC, EPG, KMH, 국방TV, 기독교복음방송, 대원방송, 동아TV, 베리미디어, 시네온티브이, 서울신문에스티브이, 아이넷방송 등 총 25개의 회원사(법인기준)로 등록됐다.

한국방송진흥협회는 유료방송업계에서 방송콘텐츠의 진흥과 산업 발전을 위해 PP 공동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로부터 독립해 설립한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가 출범한다. 전보다 높아진 PP의 위상과 함께 PP업계의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사진=픽사베이)

PP, 콘텐츠 중요성 커지고 위상 높아지면서 독자 행보

한국방송진흥협회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내 PP협의회가 독립해 만든 단체다. 이들이 케이블TV협회에서 독립을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케이블TV협회가 PP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케이블TV는 유료방송 플랫폼이고, PP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 편성하는 사업자다. PP는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길 원하지만, 케이블TV협회에 종속돼 있어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이는 케이블TV 뿐만 아니라 IPTV, 위성방송 등 타 유료방송 플랫폼과의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PP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단체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할 때도 PP만을 대표하는 단체가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두 번째 이유는 PP의 위상이 전보다 높아진 데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산업의 성장이 기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PP는 이 중 미디어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 실제로 방송산업 매출에서 PP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홈쇼핑PP를 제외한 일반 PP의 방송사업 매출액은 2조9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다. 2013년 매출은 2조4645억원, 2014년은 2조630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지상파 계열 PP를 중심으로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를 설립했으나, 설립 초기부터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케이블TV협회에서 독립하면서 기금 분리를 실현하지 못해 협회 운영 자금의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가입된 25개 회원사 중에서도 일부만 회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PP가 여전히 케이블TV협회에 속해 있다는 점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가 해결해야할 숙제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25개 회원사(방송 채널 60개)가 속한 반면, 케이블TV협회에는 PP 53개(방송 채널 98개)가 남아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 운영에는 최소 연 20억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데, 적은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 계열 PP와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중소PP 마다 요구 사항이 모두 다른데 이들의 목소리를 다 아우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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