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지난 12일 비트코인캐시(BCH)의 거래량이 평소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글로벌 비트코인캐시 거래량의 46.45%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몰리면서 약 90분 가량 빗썸 거래 서버가 중단됐다. 거래가 중단된 90분간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 

그동안 빗썸을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거래가 중단된 90분간 빗썸 내부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빗썸은 예상을 뛰어넘는 트래픽 폭증으로 서버가 중단된 것이라며 의혹 불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현재 서버 증설 등 일련의 안정화 작업을 완료했다. 또한 서버가 중단된 90분간 발생한 고객의 손실에 대해서 보상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트래픽 폭증으로 빗썸 거래 서버 중단

지난 10일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 중단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비트코인캐시의 거래량과 가격이 급증했다.

비트코인캐시 가격 변화 추세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 중단 소식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비트코인캐시의 최고가는 670달러(한화 약 74만원)에 불과했으며, 거래 규모도 7억1000만달러(한화 약 7867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세그윗2X 하드포크 중단 소식이 알려지던 10일 비트코인캐시의 최고가는 전날 대비 54.3%가 증가한 1034달러(한화 약 115만원), 거래 규모는 51억9500만달러(한화 약 5조7560억원)로 크게 늘었다.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이 급증하며 정점을 찍었던 지난 12일에는 최고가 2477달러(한화 약 274만원)로 9일 대비 269.7%가 증가했으며, 거래 규모도 83억7100만달러(한화 약 9조2750억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빗썸 측에 따르면 12일 오후 4시쯤 비트코인캐시 거래량 폭증에 따라 예기치 못한 막대한 트래픽이 발생하며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고, 전체적인 빗썸 거래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버 중단과 동시에 서버 증설 작업을 진행했다.

빗썸 서버가 중단된 오후 4시 전후 빗썸 서버 동시 접속자수는 평소의 1600~1700%, 트래픽도 평균보다 500% 이상 증가한 2.25Gbps~3Gbsp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오후 4시 24분 비트코인캐시 가격 (자료=코인마켓캡)

글로벌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에 따르면 빗썸 서버가 중단될 시점인 오후 4시 24분쯤 글로벌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역대 최고가인 2446달러(한화 약 271만원)에 달했다. 그로부터 50분 뒤인 5시 14분에는 40%이상 급락한 1462달러(한화 약 162만원)로 내려 앉았다.

지난 12일 오후 5시 14분 비트코인캐시 가격 (자료=코인마켓캡)

당시 빗썸 거래 서버 중단으로 인해 고점에서 비트코인캐시를 팔려고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현재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준비 중이다. 네이버의 '빗썸 서버다운 집단소송 모집' 카페는 개설한지 3일만에 가입자 수 6500여명을 넘어서며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모여들고 있다.

빗썸 이용약관 제 14조 (자료=홈페이지)

빗썸의 이용약관 제14조 서비스의 유지 및 중지에 관한 항목에 따르면, 사측의 특정 상황에 따라 임의로 서비스 제공을 중지할 수 있다. 또한 제26조 면책조항을 통해 서비스 불량이나 서버 점검으로 인해 하자 발생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법정소송으로 이어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 이용약관 제 26조 (자료=홈페이지)

특히 빗썸이 지난달 12일 가입한 보상한도 60억원 규모의 현대해상 '뉴 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 '개인정보 유출 배상책임보험' 등 종합사이버보험의 경우 이번 사태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CDN 서비스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도 고민해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현재 빗썸은 퍼블릭 혹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IDC(Internet Data Center)와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서비스만을 이용한다.

IDC는 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IT 인프라 시설인 서버, 전용 라인,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또한 CDN은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전송해 주기 위한 서비스로, 빗썸의 경우 대규모 거래량에 따라 발생한 트래픽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CDN 업체인 '클라우드 플레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갑작스럽게 증가한 트래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오토스케일링(Autoscaling)' 기능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구조 (자료=위키미디어)

쉽게 말해 글로벌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경우 1년 매출의 70%가 단 하루에 이뤄진다는 '블랙 프라이데이'에도 쇼핑몰 서버 중단 없이 평상시와 다름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 이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퍼블릭 클라우드에 쇼핑몰 전체를 올려두고, 갑작스러운 트래픽 폭증에도 오토스케일링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빗썸 측에 따르면 현재 IDC 서버 증설과 시스템 최적화 작업, 네트워크 확장 등을 통해 12일 발생한 2.25Gbps~3Gbps 규모의 트래픽에는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이번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빗썸은 현재 서버 중단으로 인한 고객 피해 보상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빗썸 관계자에 따르면 서버 중단 시점에 기록된 거래 로그 파일을 확보해 거래 규모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내 법무팀과 외부 전문 기관이 함께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빗썸 측은 "예기치 못하게 트래픽이 폭주함에 따라 거래 서버 긴급점검과 함께 장애복구를 시작했다"라며 "현재는 서버 증설 및 시스템 최적화 작업이 모두 끝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버 중단은 고객의 손실 최소화를 위한 선택이었던 만큼 투자자 손실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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