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동네 휴대폰 판매점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하이마트와 디지털프라자 등 대형유통점이 휴대폰 판매를 확대하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이후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이에 판매점 측은 통신기기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점과 대기업의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통신사별 판매점 수 변화를 살펴보면, 2014년 10월 SK텔레콤 판매점은 1만2663곳, KT는 1만214곳, LG유플러스는 6193곳이었으나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3월 기준 SK텔레콤 1만1380곳, KT 9370곳, LG유플러스는 5486곳이다.

업계는 가장 큰 요인으로 대형 판매점과의 불공정 경쟁을 꼽는다. 롯데 하이마트나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유통점은 전자 제품 교차 판매, 카드사 제휴할인,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제공 등 판촉 활동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매장 규모나 인테리어 등에서도 일반 판매점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휴대폰 판매점 수 변화 추이.

실제로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점은 주변에 직영 대리점이나 하이마트나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가 들어설 경우 기존 고객의 40% 가량을 빼앗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한 사업자는 매장 근처에 삼성 디지털프라자가 들어선 이후 매출이 하락해 매장 평수를 절반으로 낮췄고, 6명이던 직원도 2명으로 줄였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이 대형 유통점에 인기 단말기를 우선 공급하는 등 차별적인 정책을 펴고 있어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휴대폰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인기 단말기들은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우선 공급돼 일반 판매점은 신제품 판매에서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다”며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단말기 공급이 아예 되지 않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대형 유통점 수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가입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판매점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번호이동은 타 통신사 가입자를 유치하는 만큼 제공받는 리베이트가 기기변경보다 크다. 번호이동 리베이트가 기기변경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까지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리베이트가 주요 수입원인 판매점 입장에선 번호이동 시장의 축소는 폐업으로 가는 길인 셈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가입자 유형을 보면 번호이동 가입자는 2014년 12월 68만7136명, 2015년 12월 56만2362명, 2016년 10월 61만7048명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기변경은 2015년 12월 77만9578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일선 판매점들은 휴대폰 소매업이 대기업과 여러 중소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인 만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판매점 사업자들이 모여 설립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휴대폰 소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의 과정을 거쳐 지정된다. 지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 신규 출점이 제한되는 등 중소기업 보호 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법적 규제가 아니고 대기업의 반발도 커 지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되더라도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라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새 정부 들어서면서 동반위의 거취 문제가 걸려있는 등 심사가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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