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감사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산하 단체의 관리‧감독 등에 소홀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이를 기각했다. 공익감사를 실시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이며, 위탁 계약 미체결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일 경실련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4일 경실련이 미래부가 한국방송통신진흥협회(KAIT)에 업무를 위탁하면서 별도의 위탁 계약을 맺지 않고 관리‧감독은 소홀히 하는 등의 이유로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 건을 기각했다.

권태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지난주 금요일(4월 14일) 감사원으로부터 미래부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의 기각을 통보받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관련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감사원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공감사를 실시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 2월 23일 미래부가 민간기관인 KAIT에 업무를 위탁하며 ▲민간위탁에 대한 지휘‧감독과 업무감사 미실시 ▲개인정보 위탁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위탁계열 미체결 등 세 가지를 문제 삼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산하 단체의 관리‧감독 등에 소홀했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이를 기각했다.

미래부는 경실련의 주장이 일부만 맞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미래부가 KAIT에 업무를 위탁하며 위탁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적 근거는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 13조다. 이 법은 정부기관의 민간위탁 시 위탁목적, 위탁비용, 위탁기간, 계약 위반 책임 등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부는 KAIT에 2014년 부정가입방지시스템과 분실도난단말장치 조회시스템, 2015년 명의도용방지서비스 등의 업무를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미래부와 감사원은 측은 KAIT에 위탁한 업무 중에서 법정 위탁, 지정 위탁 등에 해당하는 경우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KAIT가 위탁 받은 업무는 법정 위탁, 지정 위탁, 전기통신사업자와 작성한 합의서에 따라 서비스하는 업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분실도난 이동통신단말 확인 업무는 법정 위탁 업무에 해당하고 정보관리체계인증 심사 업무는 지정 위탁, 명의도용방지서비스 제공은 전기통신사업자와 합의에 의한 서비스 업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감사원과 미래부가 명확한 법적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인정보 위탁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고 경실련 측은 전했다.

미래부는 KAIT의 관리‧감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미래부의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 16조에 따르면 공공 업무를 민간기관에 위탁할 시 정부는 매년 1회 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KAIT에 대한 감사를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

미래부는 관계자는 “민간 위탁 업무가 너무 많아 1년에 한 번씩 감사를 하는게 실질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이는 미래부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1년에 감사인력을 최대한 가용해도 7~8개 기관 정도만 감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래부가 관리‧감독할 기관, 출연연 등은 70~80여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KAIT 같은 경우 산하 기관 중에서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감사 대상 우선 순위 기관에서 밀린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내에는 KAIT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잘못된 점이 보이면서도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하지 않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식의 결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감사 인력 부족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감사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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