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지 못하고 끝내 핵심 기술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칩 개발을 중단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구조개편과 맞물려 관련 칩을 개발하던 부서까지 정리 된 셈이다.

LG그룹은 향후 스마트폰 핵심 기술 확보보다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다품종 소량 생산 모델 중심으로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자회사 실리콘웍스 등 아날로그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초 최고개발책임자(CTO) 산하 SIC센터에서 개발하던 AP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했다. 지금까지 개발하던 제품 설계가 완료 되면 앞으로 AP 추가 개발은 없다.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개발하던 직원들은 최근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직하고 일부는 실리콘웍스로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7000명 가량이던 LG전자 MC 사업본부 인력은 추가 감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SIC센터 역시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가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한 AP '뉴클런'. (사진=LG전자)

초기 대응 미흡, 5년간 성과 못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개발을 중단했다는 건 내부적으로도 스마트폰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이사진에서 제외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애플·삼성·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는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자체 AP를 보유하고 있다. 운영체제(OS)와 주변 부품들을 총괄 제어하기 위해서는 최적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조기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자체 AP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다수다.

LG전자도 다소 늦었지만 지난 2012년 시스템IC(SIC)센터를 SIC연구소로 바꾸고 센터장인 손보익 상무를 전무로 승진 시키면서 AP, 통신칩 개발에 힘을 실었다. 자체 AP 및 통신 기술을 확보해 스마트폰 사업을 드라이브 하는 것과 퀄컴과 협상력을 갖는다는 목표였는데, 두 목표 모두 스마트폰 판매량이 중하위권에 머물면서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공급망을 이원화 할만큼의 생산 물량이 없었다. MC사업부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AP 테스트 지원이 줄고, AP 개발·검증 기간이 지연되는 악순환 구조가 됐다.

관련 부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개발은 거의 손을 뗀 상황이었고, 인력 재배치가 최근 이뤄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계속 AP 개발을 지원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차세대 사업에 투자하는 게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나노대 생산을 시작한 스마트폰 AP는 개발 및 생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경쟁사들이 이미 고성능 AP를 보유하고 있어 내부거래시장(캡티브마켓)인 MC사업본부만을 위해 칩을 개발하는 건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고 평가했다.

향후 LG전자는 디지털TV 칩, IoT용 프로세서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웍스로 반도체 개발 기능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양사는 서울 서초 R&D연구소, 경기도 분당 연구소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SIC 센터장으로 재직하던 손보익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실리콘웍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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