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티빙 합병 가능할까?..제안 꺼낸 SK텔레콤 속내 주목

티빙 8월 1일 출범...KT와 제휴 합의 이어 LGU+와도 논의 중

2020-07-26     백연식 기자
MWC 2019 전시장 내 SK텔레콤 회의실에서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오는 8월 1일 출범하는 CJ ENM과 JTBC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법인 티빙과 국내 OTT 연합 플랫폼 웨이브 간 합병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작은 최근 SK텔레콤이 공개적으로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제안을 꺼내면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기준 웨이브의 지분 30%(의결권 있는 전환주 총 304만8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의 공개 제안은 이미 티빙이 KT와 제휴하기로 합의했고, LG유플러스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관련기사/[단독] KT, CJ ENM-JTBC OTT 합작법인 '티빙' 합류)  하지만 티빙 측은 SK텔레콤의 합병 제안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OTT포럼 하반기 세미나 행사에 참석해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할 생각이 있다”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미 콘텐츠를 포함해 앱 마켓까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민관이 함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사업자 간 합작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 부사장은 웨이브의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OTT 연합 플랫폼으로, 2019년 9월 18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30%(의결권 있는 전환주 총 304만8000주)를 보유한 SK텔레콤이다. 나머지 지분 70%는 KBS·MBC·SBS가 각각 33%(의결권 없는 보통주 각 101만6000주)를 보유 중이다.

이에 SK텔레콤의 공개 제안은 SKT-웨이브 연합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웨이브 이용자 수는 초기에 비해 크게 급감했다. 지난 5월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수는 약 346만명으로, 지난해 11월 출범 초기에 비해 약 14% 감소했다.

반면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387만명으로 9월 대비 약 43% 급증하면서 웨이브를 추월했다.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한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올해 5월 637만401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합병 제안을 받은 당사자인 티빙은 24일까지 웨이브 측과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제안도 없었고, 내부적으로 검토조차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티빙은 오는 8월 1일 CJ ENM-JTBC OTT 합작법인으로 출범한다.  CJ ENM이 보유한 OTT 티빙의 담당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JTBC가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식이다. 티빙 대표로는 양지을 전 로제타스톤 부사장이 내정된 상태다.

이 연합에는 KT도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티빙 지분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나타냈지만 CJ ENM이나 JTBC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KT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무료로 티빙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KT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같이 하는 수준 정도는 합의를 끝낸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역시 티빙과의 제휴를 위해 계속 합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OTT는 콘텐츠로 유료 가입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상반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투자금을 높여 양도 늘리고 카테고리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출범해 2023년까지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지만 국내 이용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해외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