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 돌연 ‘삼성 AP를 안쓰겠다’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반(反) 삼성’ 움직임이 중국 내 다른 스마트폰 기업에도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신제품에 삼성 AP 쓸 예정이던 메이주, 돌연 대만 AP로 변경
 
이달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이 신제품 발표회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샤오미와 러에코(LeTV)가 신제품을 발표한 이후 스마티산(锤子, Smartisan)도 10월 18일 신제품 발표회를 연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특히 메이주는 10월 말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두 가지 버전의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에 알려진 소식에 따르면 메이주가 내놓을 '프로6S(Pro 6S)'와 '프로6 플러스' 중 한 제품은 헬리오(Helio) P20 프로세서를, 프로6 플러스는 최신 삼성 엑시노스(Exynos) 8890 프로세서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헬리오 P20은 대만의 AP 제조사 미디어텍의 첫 번째 10코어 제품으로 삼성 엑시노스 8890의 대항마다.

▲ 삼성 엑시노스 8890 대항마로 꼽히는 대만 미디어텍의 Helio P20

하지만 삼성 AP의 주요 고객으로 꼽히는 메이주가 돌변했다. 중국 언론 테크웹에 따르면 메이주의 고위급 인사가 공식적으로 올해 신제품에 삼성 AP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테크웹은 “리난(李楠) 부총재가 정식으로 삼성의 엑시노스 8890 AP 탑재설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메이주의 신제품은 삼성의 엑시노스 8890을 탑재한 버전의 벤치마크 기록이 올라올 정도로 삼성 AP 탑재설이 유력시 됐던 바여서 중국 네티즌도 크게 동요했다. 특히 메이주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1분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5위권에 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맹주 중 하나란 점에서 삼성 측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10월 출시되는 제품은 보통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나오는 주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샤오미도 헬리오 X20을 탑재한 ‘홍미노트4’를 발표한 바 있으며, TCL 등 기업도 헬리오 P20을 탑재시킨 바 있다.

이에 중국의 주요 언론은 메이주가 엑시노스 8890을 뺀 신제품을 내놓는 다는 소식을 앞다퉈 게재하고 있다. 중국의 IT 매체 태평양PC망에서도 “올해 하반기 메이주는 본래 엑시노스 8890 AP를 사용하고 4GB RAM, 32GB ROM을 장착한 프로6 플러스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프로6 플러스 이외에도 프로6S 신제품 시리즈에도 미디어텍의 헬리오 P20 AP가 탑재돼 10월이후 각각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이유는 ‘통신사 정책’ 변경?

왜 엑시노스 8890 AP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서 메이주의 리난 부총재는 “주요 원인은 통신사 정책상 더블4G(双4G)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 스펙을 변경하면서 AP도 바뀌게 됐다는 설명이다.

▲ 삼성 엑시노스 8890 AP

테크웹은 이에 대해 “분석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말 통신사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6모드 췐왕퉁(全网通)에 관한 백서’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유사한 상황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백서가 규정한 바에 따르면 향후 중국 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제품은 반드시 GSM/CDMA/TD-SCDMA/WCDMA/TD-LTE/FDD-LTE 즉 6가지 통신 모드를 모두 지원해야 한다.

테크웹은 “만약 메이주가 더블4G 제품을 강행한다면 비록 제품이 정상적으로 출시되더라도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기 어려울 것이며 통신사의 보조금 혜택 마저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블4G란, 중국에서 사용되는 두 가지 LTE 방식인 FDD LTE와 TDD-LTE를 모두 지원하는 단말기를 의미한다.

일단 리난 부총재가 중국 메신저 위챗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메이주는 삼성 엑시노스 8890를 탑재한 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않을 전망이다. 리난 부총재는 위챗에서 “올해 더 이상 8890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메이주의 프로6 플러스는 어떤 AP를 사용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디어텍의 신제품 사용설이 유력하다.

테크웹은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메이주는 두 개의 신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며 이 중 프로6S는 5.2인치 화면을 사용하고 16nm 헬리오 P20 AP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미디어텍은 성능을 기존 대비 43% 높인 10nm 헬리오 X30 모델에 대한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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