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전세계적인 잭팟이자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그야말로 돌풍이다.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강원도 속초행 버스티켓이 동나고, 숙박업소도 때 아닌 호황이다. 이쯤되니 "왜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안되냐" "우리나라의 지나친 규제 탓에 창의혁신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15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뉴욕과 도쿄 증시 상장도 큰 사건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전세계 무대에 우뚝 선 역사적인 순간이다.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로 국적 논란이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이다.

라인의 상장 소식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결코 발돋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한다.

기술을 쫓아가지 못하는 규제, 뿌리 깊은 정경유착, 민주주의 국가지만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 등 한국에서 기업하기란 장애물의 연속이다. 당장 오늘 저녁 TV를 켜고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경제/IT 뉴스를 보면 이런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한 중견 IT기업의 대표는 기자와 이야기 도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부가 어떤 산업 진흥정책을 만들든 관심이 없다. 제발 규제만 하지 않았으면 제대로 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에 가까운 그의 말을 듣고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이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놓치지 않아야 될 것도 있다. 정부의 규제가 불합리적이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어길 수는 없다. 혁신이라는 단어에 집착해 외래 무법자가 활개치도록 둘 수는 없는 것이다.

포켓몬 고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구글이라는 외래어종이 들어와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들을 고사한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재앙이다.

포켓몬 고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서비스 되지 않는 이유는 이와 연동되는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는 규제 혹은 법에 걸려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 구글 지도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 당장 법 자체를 바꿀 순 없다.

과거 구글 지도에서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데이터 유출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구글이 모르쇠로 일관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구글의 유튜브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버는 돈(매출) 또한 알 수 없다. 그러니 세금도 한 푼 내지 않는다.

포켓몬 고를 위해 구글 지도를 허용해야 한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서버를 우리나라에 두면 된다. 그들의 막대한 부를 생각하면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한국의 규칙과 상황을 따르면 된다. 세금도 내면 되고, 사용자의 데이터 또한 국내 법에 맞게 보호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의 국가에서는 구글이 이러한 국내법에 동조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관련 법안이 추진됨에 따라 이에 따르는 분위기가 감도는 상황이다. 혁신만이 목적은 아니다. 과정에 결여된 부분이 명확하다면 그 목적은 안 하는만 못하다.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으로 건너가 글로벌 기업 라인을 일궈낸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의견은 어떨까. 15일 라인 상장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 의장은 구글에 대해 쎈 발언을 했다.

"구글 지도를 서비스하려면 그 나라 법에 따르고, 세금을 내야 한다. 게임을 못해서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져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구글의 주장이나 포켓몬 고로 불거진 혁신 논란은 불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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