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모든 신기술은 클라우드를 통하고, 클라우드는 인텔로 통하고 있다. 인텔이 봇물이 터지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잭팟을 터트릴 기세다. 인텔은 최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기업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성큼 다가오며, 이를 원활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온프래미스 환경과 비교해 신기술에 수반되는 IT인프라를 저비용으로, 빠르고, 원활하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해부터 관련법을 제정, 관련 규제를 풀며  클라우드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텔의 전략 변화도 이같은 흐름에서 시작한다.

▲모든 신기술은 클라우드를 통하고, 클라우드는 인텔로 통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인텔은 퍼블릭-프라이빗-하이브리드 등 모든 환경의 클라우드를 확산시킨다는 비전으로  '클라우드 포 올'과 '클라우드 빌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생태계 구축을 위해 VM웨어, MS, 레노버, EMC, 레드햇 등의 솔루션 벤더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구글, 시스코, IBM, 화웨이, 넷앱 등의 벤더들이 참여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자 에코시스템'을 출범시켜 기업 고객에게 애플리케이션의 효율성 및 이동성을 제공해나간다는 목표다.

인텔의 ‘클라우드 포 올(Cloud for All)’, 센서부터 5G, 서버까지

예전처럼 PC는 PC대로, 서버는 서버대로 다른 시장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자그마한 사물인터넷부터 모바일, PC, 그리고 통신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까지 모든 컴퓨팅 환경이 동시에 돌아간다.

이른바 ‘성장의 선순환’이다. 모든 서비스는 사실상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로 연결되고, 그 클라우드를 통한 서비스는 결국 다시 새로운 기기와 연결된다는 것이 현재 인텔이 바라보는 시장의 전략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구글홈, 에코를 이용해 콘텐츠 재생과 음성 인식을 통해 기기를 제어하는 홈 어시스턴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반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각 기기가 직접 인터넷에 연결하고, 클라우드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방식을 고민중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5G시대의 기기는 가정이나 현장의 게이트웨이를 거치지 않고 곧장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방식이 표준화를 바라보고 있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말단 기기에서 클라우드를 통해 또 다른 기기로 연결되는 근본적인 형태는 비슷하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전기 계량기가 가정용 게이트웨이를 통해 제어되고,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사용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서버에서 집계, 분석된 데이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보고, 전체적인 전기 사용량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 인텔은 클라우드가 들어가는 모든 분야에서 자연스러운 순환 구조의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플리커)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생체 정보 수집과 2in1 PC를 이용한 차트, 그리고 클라우드가 쓰인다. 자율주행 차량 역시 수많은 차량용 센서가 주변 환경을 읽어 들이고, 고성능 프로세서로 센서 정보를 데이터로 가공하고 상황을 판단한다. 그리고 각 차량은 LTE나 5G 네트워크로 주변 도로 정보를 읽어 들이는 텔레매틱스로 연결된다.

자연스럽게 서비스 기업들의 전략은 각 플랫폼, 단말기, 그리고 게이트웨이를 장악하는 데에 힘을 싣는다. 반면 반도체를 다루는 인텔의 전략은 연결과 접점 그 자체에 있다. 사물인터넷 센서에는 저전력 ‘쿼크’ 프로세서가 놓이고, 게이트웨이에는 ‘아톰’ 프로세서를 배치한다. 태블릿이나 PC에는 고성능 프로세서인 ‘코어’, 그리고 네트워크 망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용 ‘제온’과 ‘제온 파이’ 프로세서가 올라간다. 통신 관련 마이크로칩과 보안 서비스도 함께 묶인다.

인텔은 모든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순환 구조의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각 프로세서는 다양한 솔루션에 녹아 들어가 안전하고 쉽게 각 기기를 연결하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한다. 그리고 분석을 통해 데이터의 가치를 만들어 다시 개개인과 각 사물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결국 쇼핑으로, 구글은 검색 광고로 다시 연결되는 순환에 바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연결이 뒤따른다.

소프트웨어(SW)로 똑똑 해지는 네트워크

클라우드의 중요한 한 축은 통신 기술이다. PC나 스마트폰, 사물인터넷처럼 기기 자체의 역할은 최소로 줄이고,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컴퓨팅 능력을 활용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통신의 목표는 늘 ‘속도’였다. 같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LTE는 3G보다 수십 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중심이 된 통신 규격으로 개발됐다. ‘영화 한 편 다운로드에 몇 초 걸리느냐’가 기술 발전의 척도였다.

하지만 5세대 통신의 가치는 데이터 전송량 뿐만 아니라 각 신호가 얼마나 빠르게 정보로서의 가치를 갖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 신호가 망을 거쳐 데이터센터까지 거쳐서 다시 개인 단말기까지 도착하는 응답 속도를 1천분의 1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신호가 직접 서버까지 닿지 않아도 중간 기점이 되는 엣지망에서 처리가 끝나는 지능형 네트워크가 강조되고 있다. 네트워크는 단순히 신호만 오가는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5G의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정의 네트워크(SDN)’이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의 네트워크는 네트워크의 관리부터 기능 추가까지 모두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지는 기술이다. 이전에는 이동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려면 새로운 장비 도입이 필수였다.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만큼 서비스가 실패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컸다.

▲ 제온 E5 v4 프로세서는 14nm 공정으로 성능 효율을 높이고, 코어 개수를 최대 22개로 늘리는 등 그 자체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사진=플리커)

하지만 이 기능들을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면 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가 뜨고 있는 이유다. 네트워크 장비가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역할을 하려면 각 장비가 충분한 컴퓨팅 성능을 가져야 한다. 기술은 수요를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텔은 제온E5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네트워크 부분에 중심 가치를 두었다.

제온 E5 v4 프로세서는 14nm 공정으로 성능 효율을 높이고, 코어 개수를 최대 22개로 늘리는 등 그 자체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전통적인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데에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데 인텔은 그 클라우드의 정의를 네트워크 클라우드로도 확장했다.

특히 네트워크 가상화에서 처리 속도를 물리적인 기기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명령어셋들을 추가했다. 네트워크의 핵심인 스위치 기능은 물리적으로 만든 스위치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맞춰졌다. 네트워크 가상화를 위해 인텔은 고성능 SSD와 전용 네트워크 카드도 함께 제공한다. 암호화를 돕는 명령어셋도 기본으로 들어가서 기존 제온 E5 v3에 비해 2.4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사실상 암호화한 것과 암호화하지 않은 것의 성능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은 이미 국내 SK텔레콤을 비롯해 세계적인 이동통신사들이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현재도 많은 기능들이 NFV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시장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는 스토리지와 서버를 가상화하는 것에서 이제 네트워크까지 확장된다. 그 결과는 이전에 겪었던 것처럼 비용절감과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슈퍼컴퓨팅의 대중화

클라우드에 모인 정보는 어떻게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만들게 될까. 이미 산업 분야는 다양한 분석 솔루션을 이용해 왔다. 물류정보(POS)부터, 고객관리(CRM), 경영관리(ERP)는 이제 분석이나 ‘빅데이터’같은 단어를 붙이기도 어려운 기본 정보가 됐다.

이제는 더 많은 정보들을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은 당연한 일이 됐고, 그 분석의 상당 부분은 컴퓨터가 직접 데이터를 바라보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 대처하는 머신러닝으로 흘러가고 있다.

머신러닝의 역할을 기술적으로 바라보면 컴퓨터, 그러니까 기계가 사람처럼 지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값을 찾되, 그 과정을 아주 단순화하고 이를 막대한 데이터에 무한히, 그리고 아주 빠르게 반복하는 데에 있다. 단순한 데이터 처리를 빠르게 나누는 병렬 컴퓨팅이 잘 먹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머신러닝에 적합한 프로세서 환경은 몇 개의 고성능 프로세서보다 작은 프로세서를 수 백, 수 천 개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제까지는 그래픽 처리를 하는 GPU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연산에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GPU는 범용성이 떨어지고, 별도의 데이터 처리를 해야 하는 데다가, CPU와 협업하는 데에 효용성이 떨어진다. 인텔이 아예 작은 CPU를 GPU처럼 집적한 만든 ‘제온 파이’ 프로세서를 개발한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제온파이는 하나의 칩 안에 최대 72개의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프로세서 하나는 약 3테라 플롭의 연산 능력을 갖는다. 부동소수점 연산을 1초에 3조번 처리하는 성능이다. 이 제온 파이 프로세서는 보조 프로세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x86 CPU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버 안에 별도의 CPU를 넣을 필요도 없고, 기존에 쓰던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환경을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 인텔 제온 파이 프로세스

라지브 하즈라 인텔 데이터센터 그룹 부사장은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두고 학습하고 결과물을 평가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는데, 제온 파이는 쏟아지는 정보를 분산 처리해 학습하는 데에 쓰이고, 싱글 코어 성능이 높은 제온은 결과를 채점, 평가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누어지면서 슈퍼컴퓨터 환경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제온파이를 이용한 머신러닝 분석 솔루션은 GPU에 비해 과학 분야에서는 5배, 데이터 시각화에는 5.2배, 금융 데이터 처리에는 2.7배 가량 성능이 향상된다.

슈퍼컴퓨터와 고성능컴퓨팅(HPC) 분야는 이제 산업 곳곳에 쓰이고 있다. 설계 뿐 아니라 실험, 분석 분야에도 쓰이고 있다. 차량 설계 과정에서는 슈퍼컴퓨터로 수 백 번씩 충돌테스트를 하면서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기도 하고 유전자 분석이나 의약품이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슈퍼컴퓨터의 역할이다. IT시장 조사분석기관인 IDC는 기업이 슈퍼컴퓨터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515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가들의 관심도 크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슈퍼컴퓨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고, 중국은 이미 텐허2에 이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로 슈퍼컴퓨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통해 직접 슈퍼컴퓨터 기술을 갖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HPC코리아, 명인이노, 대한컨설팅그룹이 제온과 제온파이를 이용한 HPC를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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