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최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핵심인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을 폐지하는 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 단말기에 대해 최대 33만원까지 이통사와 제조사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이 규정을 없앤다는 것이다.

갤럭시S7의 출고가는 83만6천원이다. 만약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면 제조사와 이통사가 이 금액을 모두 지원할 수도 있어 무료 구매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단통법이 폐지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법안의 취지는 사라지고 소비자 혼란이 가중된다. 알뜰폰 업체와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팬택, 그리고 이통사도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단통법 사실상 폐지가 논란이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태도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단통법의 성과를 설명하며 단통법의 핵심인 20%요금할인과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2달 만에 '검토'로 바뀌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은 일몰법으로 3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3년이 지난 후에 평가를 해보고 그대로 갈지, 아니면 없앨지를 결정하기로 입법 시에 고려됐다는 얘기다.

시행 2년이 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불과 2달 전 단통법의 성과를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했던 방통위가 단통법의 핵심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도 검토 중인 것은 사실로 알려졌다.

▲ 단통법이 시행 된 후 일부 휴대폰 판매점주들은 단통법으로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지적을 하고있다.

단통법이 사실상 폐지되면 단말기 구입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져도 모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갤럭시S7이나 G5 같은 제조사 입장에서 영업이익이 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대규모의 지원금이 몰리고 출고가는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단통법 이후 프리미엄폰의 출고가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판매점에서 지원금을 많이 준다며 비싼 스마트폰과 고가의 요금제를 우려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힐 우려가 커진다. 또한 일부 소비자층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단통법의 등장 이후,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등장하고 중저가폰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단통법과 함께 등장한 20%요금할인은 이통3사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을 떨어뜨리며 가계 통신비 절감에 일조했다는 의견도 있다.

신도림 등 일부 매장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일어나고 있지만 예전보다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방통위가 시장 과열 현상의 기준으로 보고 있는 2만4천건을 넘은 적이 최근에 없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생긴 후에도 불법 리베이트가 나타나 이용자의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면 보다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단말기 실제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원금 상한선을 올릴 것이 아니라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해야 한다.

갤럭시노트2의 경우 출고가가 108만 9천원이었지만 갤럭시노트5는 89만9천800원이다. 3년의 시간이 지나 물가가 오른 만큼 가격이 올라간 것이 아닌 오히려 20만원 가까이 출고가가 내려갔다. 즉, 갤럭시노트2는 가격 거품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노트2가 출시됐을 때는 단통법 이전이었고 갤럭시노트5는 단통법 이후에 나온 모델이다. 갤럭시노트2가 출시될 때는 지원금 상한선이 당시 없었고 출고가가 비쌌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지원금을 더 내 실구매가를 낮췄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지원금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비자에게만 지급된다는 데 있다. 단말기 출고가를 내린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는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대신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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