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레노버는 PC 및 노트북 시장에서 절대 강자다. 가트너 등 여러 시장조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레노버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PC 시장에서 1위, 노트북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레노버가 서버 시장에서도 이 같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가트너가 지난 3월 발표한 ‘서버시장 동향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분기 레노버의 전 세계 서버 시장 점유율은 7.5%로 4위(매출 기준), 출하량 기준으로는 8.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업계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HPE(25.2%)와 델(16.7%)에 한참 못 미치기는 하지만 지난 2014년 3분기까지 서버 시장 점유율이 매출 기준 1%, 출하량 기준 3%대에 머무르던 상황을 보면 1년 사이에 급 성장한 것이다.

▲ 최근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레노버가 서버 시장에서도 이 같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는 레노버가 2014년 9월 IBM x86 서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IBM의 x86 서버 점유율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하지만 2015년 4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인수 직후 점유율 측면에서 매출 점유율에서 0.4% 포인트, 출하량 점유율에서 0.3% 떨어지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기존 IBM 서버 고객들과 7500명에 달하던 IBM x86 사업부 직원들이 레노버에 인수된 후 조직 재정비 과정에서 약간의 이탈이 일어나 경쟁사들이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데이터센터(IDC) 사업 관계자는 “기존 IBM 서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강했고 고객들이 HP나 델 서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레노버가 아직 서버 시장에서 치고 올라올만한 큰 모멘텀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레노버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서버 시장 2위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이도 쉽지는 않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버를 도매로 구입하면 물량이나 수요 등 상황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레노버 서버가 다른 브랜드 서버보다 꼭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자료=가트너

레노버와 경쟁 구도에 있는 HPE와 델도 레노버 서버 사업에 아직 크게 염려치 않는 분위기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서버 사업이 x86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레노버도 마찬가지겠지만 델도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HPE 관계자도 “최근 서버시장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커버할 수 있는 고가용성의 서버가 필요하기에 앞으로도 HPE는 서버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다”고 전했다.

한국레노버 관계자는 “레노버 서버는 IBM과 같이 사후지원을 하고 있고 본질적으로 서버 안에 내장되는 CPU, 메모리 등의 부품은 전부 같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대한 품질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서버 자체의 가격이 IBM 시절보다 크게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최근 서버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와 스토리지 등이 함께 제공되는 컨버지드 형태의 패키징 솔루션에서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레노버가 가진 PC 사업도 연계해 고객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다”며 “과거 IBM이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펼쳤다면 레노버는 중소 및 중견기업들 영업망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노버, “친구(IBM)따라 강남(B2B)간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6% 떨어져 7190만대에 그쳤다. 이는 IDC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다. PC 시장 침체와 함께 노트북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 레노버에서 PC와 윈도 태블릿이 포함되어 있는 PC 사업부(PCG)에서 레노버의 분기 매출은 80억 달러(한화 약 9조원) 12% 포인트 감소했으며 세전 이익은 4억 500만 달러(한화 약 4500억원)로 전년대비 18% 감소했다. 레노버는 예상보다 심각한 PC 시장 침체와 환율 하락은 PC 그룹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 레노버는 앞으로 B2B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본격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에 레노버는 앞으로 B2B 시장 공략을 본격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레노버는 지난 18일 개인용PC 및 스마트기기 그룹, 모바일사업그룹, 데이터센터그룹, 레노버창업투자그룹 4개 그룹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레노버는 올해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 50억 달러(5조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레노버의 이런 행보는 IBM과 유사한 행보를 보여준다. 현재 레노버는 IBM의 기존 PC 사업과 x86 서버 사업들을 그대로 물려받아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고, IBM이 지향하고 있는 제품 및 서비스와 전략에도 차이점이 있지만 과거 IBM이 실적이 낮은 B2C 사업들을 대거 정리하고 B2B 사업에 공략하는 모습은 현재의 레노버를 연상시킨다.

한편, 현재 레노버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는 뉴타닉스, 레드햇, SAP와 같은 소프트웨어 및 하이퍼컨버지드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레노버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레노버는 지난 11일 주니퍼네트웍스와 파트너쉽을 맺고 차세대 컨버지드, 하이퍼컨버지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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