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레노버 고위 임원이 PC 시장의 ‘격변기’가 왔다며 기업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레노버는 최근 ‘싱크(Think) X1’ 시리즈 발표 행사를 갖고 PC 사업의 변화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남방일보(南方日报)에 따르면 레노버의 퉁푸야오(童夫尧) 중국지역 사장은 “PC 시장이 아직 사양산업은 아니며 단지 업태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중”이라며 “향후 PC의 정의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더해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노버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아 구조적인 조정을 실시했다. 개인 PC와 스마트 기기 그룹, 모바일 비즈니스 그룹,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그룹, 창업투자 그룹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레노버그룹 양위안칭(杨元庆) CEO는 특히 개인용 PC, 모바일 비즈니스와 엔터프라이즈(기업) 비즈니스를 3대 엔진으로 삼아 승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퉁푸야오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며, 두 번째는 최근 몇 년간 빛바랜 레노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남방일보는 ”최근 몇 년간 PC 거물 레노버는 모바일과 기업 비즈니스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잃은 듯 보였는데, 이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 생기잃은 PC 시장...‘하이엔드 시장’ 불꽃 경쟁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6% 떨어져 7190만대에 그쳤다. 이는 IDC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다. 지난해 1년간 글로벌 PC 출하량 역시 10.4% 떨어져 2억7620만대에 머물렀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PC 시장의 ‘빙하기’가 왔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퉁푸야오 사장은 “PC 시장의 하락세는 자명하지만 노트북PC의 하이엔드 상품은 아직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태블릿PC 일체형 노트북 PC는 분명 성장 추이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PC 업체들이 하이엔드급 시장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새로 내놓은 메이트북(MateBook)도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했으며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샤오미의 PC 역시 ‘가성비’ 전략 대신 하이엔드 시장에서 승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퉁푸야오 사장은 하이엔드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레노버의 영광을 되찾아오는 세 가지 조치 중 하나라며, 나머지 두 가지 조치는 모바일 비즈니스와 기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퉁푸야오 사장은 “하이엔드 PC 시장에서 레노버는 두 가지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비즈니스용 싱크패드(ThinkPad) 시리즈와 트렌디한 요가(Yoga) 시리즈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싱크패드 시리즈의 경우 이번에 새로 발표된 싱크 X1 시리즈 제품이 가격 혹은 성능 차원에서 비즈니스맨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됐다.

▲ 레노버의 씽크패드 브랜드 (사진=위키피디아)

■ 기업 비즈니스 솔루션 강화

기존 PC 시장의 이익이 축소되는 가운데, 많은 PC 기업들은 이익률이 좋은 기업 시장을 향해 성장 모델을 전환해왔다. 지난해 11월 HP도 개인용 PC 사업과 기업 사업을 완전 분리해 B2B 사업을 전문화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레노버의 매출은 주로 전통적인 PC 비즈니스에 치우쳐 있어 기업과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퉁푸샤오 사장은 “레노버의 기업 비즈니스는 단순히 기업에 PC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최근 레노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다음 재무회계 연도의 내부 구조조정에서 기업 비즈니스그룹을 ‘데이터센터그룹’으로 바꿨으며 이는 레노버의 기업 비즈니스가 솔루션과 클라우드, 빅데이터에 보다 무게를 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기업 비즈니스 전략이 PC 시장에서 이미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솔루션과 서비스는 모든 PC 업체들이 이미 강조하고 있는 서비스란 것이다. 남방일보는 “이전에 만난 몇몇 PC 업체의 기업 비즈니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델 경우에도 비즈니스 중심을 PC 업무에서 솔루션과 서비스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노버의 경우 강력한 소비자 시장의 브랜드 평판을 갖고 있어 기업 비즈니스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레노버 아이디어센터 올인원 PC (사진=위키피디아)

■ 레노버, 지난해 R&D에 15억 달러(약 1조7천505억원) 투입

휴대폰 제품과 달리 PC 제품은 설계상 혁신에 비교적 제한이 있다. 이 가운데 태블릿PC 일체형 PC의 경우 최근 2년간 매우 큰 기대를 받고 있으며 이번 레노버의 발표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화웨이의 메이트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가 바로 이 일체형 PC 시장의 주요 주자다.

레노버는 최근 신제품 발표회 상에서 싱크패드 X1 태블릿PC 노트북이 레노버의 새로운 대표 상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화면과 키보드가 분리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일체형’ 제품은 편리함과 고성능을 모두 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향후 PC 제품의 새 물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퉁푸샤오는 “결합형 제품이 하나의 커다란 추세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수시로 변화하는 PC 시장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확실한 것은 향후 PC가 ‘휴대폰’으로 흡수되지 않고 ‘PC’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다는 점이다.

특히 가상현실, 웨어러블 등 차세대 기술의 혁명은 PC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PC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일으킬 것이라고 퉁푸샤오는 기대했다.

이에 레노버는 이 영역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남방일보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레노버는 매년 매출의 2.8~3%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5억 달러를 쏟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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