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구글 딥마인드 AI(인공지능) ‘알파고’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펼쳐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파고는 4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패배했지만 이번 5번기 우승을 확정 지으며 대중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사실 그 동안 인공지능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IBM의 ‘왓슨’이었다. IBM은 이번 알파고의 등장과 이벤트로 인공지능의 주도권을 구글에 내주는 것이 아닌지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글은 이번 대국을 위해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의 상금 만을 지불하고 알파고란 인공지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천문학적인 효과를 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일 펼쳐진 1국의 시청률이 5.5%(KBS2), 13일 펼쳐진 4국의 시청률은 10%(KBS1)를 기록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바둑 인구가 많은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등 약 300명의 외신 기자단이 이번 대국을 취재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세돌 9단vs알파고 챌린지 매치 유튜브 재생 수를 보면 1국(33만), 2국(87만), 3국(120만), 4국(187만)으로 갈수록 증가했고 미국 최대 인터넷 토론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이번 대국의 구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 (좌)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우) 세르게이 브인 구글 창업자 <사진=구글>

이에 한국IBM은 구글의 이번 빅 이벤트를 매우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 IBM 왓슨 대신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가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앞세우고 있는 정부도 그간 인공지능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형 IBM 왓슨의 개발을 목표로 IBM에 많은 자문을 구했으나 이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눈길도 구글에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부 관계자는 “구글 알파고의 이슈가 워낙 커서 인공지능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인력도 키울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알파고에 놀랬는지 300억원을 들여 한국형 알파고를 목표로 인공지능 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민간기업과 함께 ‘인공지능(AI) 개발 콘트롤 타워’를 설립해 내년부터 인공지능으로 인한 ICT 환경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IBM, 앞으로 대형 이벤트보다는 인공지능을 실제 산업에 적용 시키는데 주력

한국IBM 입장에서는 왓슨의 기술력이 이미 B2B 분야에서 입증된 만큼 한국에서 구글 알파고와 같은 유사한 이벤트를 열어 인공지능 이슈를 다시 IBM 쪽으로 충분히 가져올 수도 있다. 실제 한국IBM은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M에 따르면 현재 일본어를 마스터한 왓슨은 일본어와 비교적 유사한 한국어도 빠르게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를 마스터한 왓슨이 국내 유명 TV 퀴즈쇼 1대 100에 나가 우승을 한다면 분명 큰 화제를 모을 수도 있다. 또한, 왓슨에게도 바둑을 가르쳐 알파고와 붙는다면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보다 더 큰 이슈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 한국IBM 측에서도 이러한 것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IBM 본사측은 이미 지난 1997년 자사 인공지능 딥블루로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격파하고 2001 미국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 쇼에서 승리하며 대중들에게 왓슨을 각인시키는 이벤트는 끝났고 현재는 대형 이벤트보다는 왓슨을 실제 B2B 사업에 접목시키는 코그너티브 비지니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IBM이 내세우는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는 인지 기술 기반 사업으로 의료, 정부 및 공공기관, 교육, 미디어 분야 등에 왓슨을 접목시켜 고객들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강화해 의사 결정을 돕는 솔루션 서비스를 뜻한다.

▲ IBM은 대형 이벤트보다는 왓슨을 실제 산업에 활용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IBM)

한국IBM 관계자는 “사실 알파고 대국과 같은 이벤트는 과거 IBM의 딥블로와 왓슨과 마찬가지로개발이 막 완료된 인공지능을 테스트를 하기 위한 성격에 강하다”며 “한국 지사 입장에서야 바둑이든 어떤 게임이 됐든 자신이 있기에 알파고와 대결을 해보고 싶지만 이벤트보다는 왓슨을 실제 산업에 활용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가 방한 후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번 알파고의 대국은 인공지능을 의료, 법률, 금융, 회계 등 실제 산업에 접목시키기 전 강화 학습을 하기 위한 성격에 강하다. 단지 이세돌 9단과 붙어 바둑에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바둑이란 종목 자체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창의력과 직관력이 필요한 매우 고난도의 보드 게임이다. 이에 알파고가 대중들에게 가져온 파급력과 충격은 매우 커 적어도 당분간은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지칭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IBM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을 이끌고 있는 롭 하이 IBM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오는 16일 방한해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IBM 왓슨의 기술과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인공지능에서 구글 알파고에게 시선을 빼앗긴 IBM의 앞으로 대응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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