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치계는 애플의 ‘아이폰 잠금해제 거부’ 이슈로 시끌벅적하다. 이를 두고 개인의 사생활이 우선이냐, 국가 안보가 우선이냐를 두고 정치인들과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올라간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의 영향을 받은 파키스탄계 미국인 사이드 파룩 부부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지방정부 청사에서 무차별 총격을 해 36명(14명 사망, 22명 부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FBI(미국연방수사국)는 현장에서 이 테러범들의 아이폰을 입수했다. 하지만 FBI가 아이폰 잠금해제 기능을 기술적으로 풀지 못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문자 메시지 및 사진 등의 데이터를 모두 암호화하는 iOS업데이트를 단행해 아이폰이 잠겨 있으면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은 FBI(미국연방수사국)가 해당 아이폰의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애플에게 아이폰 잠금 해제를 명령했다.

이에 애플은 기업철학을 이유로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홈페이지에 “법원의 명령은 애플 고객들의 보안을 위협한다”며 “만약 우리가 해당 명령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애플 고객과 개인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선례이자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미국 정치계는 애플의 ‘아이폰 잠금해제 거부’ 이슈로 시끌벅적하다 (사진=픽사베이)

애플의 단호한 결정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의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애플이 누구편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공화당의 다른 경선 주자인 루비오 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의 일부 중진의원들도 애플이 국가안보에 무관심 하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지난 2014년 국내에서의 ‘카카오톡 감청 논란’을 떠오르게 한다. 정부는 수사당국의 전기통신 감청을 의미하는 ‘통신제한조치’를 들어 카카오에게 수사 대상자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한 대화 정보를 검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카카오가 다수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이 커 감청영장을 못 받겠다며 이를 거부하자 정부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아동음란물 유포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기소하는 등 보복성 압박을 했다는 의혹과 비판이 나왔다. 카카오는 결국 정부에 백기를 들어 ‘통신제한조치’에 지난해 10월부터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미국이란 국가는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로 소비자의 권리가 매우 중요해 애플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한국은 과거 군사정권 영향으로 인한 권위주의 문화, 국가가 최우선 되는 유교적인 가치관, 남북한 대치 등 특수한 상황에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에 노출 되어있다. 각 지역의 강대국들을 눌러가며 세계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안보적인 위협으로 따지면 한국보다 더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히 보안, 안보 차원을 떠나 우리가 모든 부분에 있어 국가나 정부기관을 너무 맹종 또는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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