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기성 기자] 365일 24시간 내내 금융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시중은행과 IT 업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면 은행 마감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PC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입출금 거래는 물론 계좌 개설, 대출 등 본격적인 금융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은 물론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독려하며, 이것이 이용자 편의 제고 및 금융권 업무관행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 최근 우리은행이 선보인 '위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준하진 않지만, 비대면 방식으로 모바일 대출 실행이 가능해 화제를 모았다. 기존 인터넷뱅킹에서 확장된 형태의 이런 서비스는 시중은행을 통해 앞다퉈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제도인 ‘은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검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참여한다 해도 시중은행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근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경우 시중은행은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를 병행해 운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은행은 이미 PC 인터넷뱅킹 및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차근차근 인터넷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연장선상에 놓고 이를 발전시키는 형태로 접근하면 비금융권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훨씬 앞서나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 신기술 도입을 관망하고 있는 시중은행

최근 금융위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시중은행에서 오는 12월부터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만간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어디서나 금융계좌를 신설하거나 금융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돼 인터넷전문은행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금융사업에 이토록 열을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번번히 정치·경제적 문턱에 걸려 좌절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가 제시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은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시 확인 ▲기존계좌 활용 등 4가지다. 또한 금융사가 “이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허가해 금융사와 핀테크 관련 업체의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 금융위가 제시한 4가지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모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사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당장 손님을 받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중은행은 현재 갖고 있는 스마트폰뱅킹에 정부가 내놓는 단계별 규제 완화 정책을 대입해가며 속속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비대면 실명확인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제시한 방법이 모두 기술적이라기 보단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기에 시중은행 대부분은 그대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는 금융위의 바람과 달리 신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만약 도입한다고 해도 솔루션 개발사와 제휴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 사업 꿈꾸는 IT 업계

한편 IT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차세대 IT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내다보고, 핵심 금융 플랫폼 개발부터 금융 시스템 구축∙운영까지 전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나섰다.

오는 9월로 예정된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에 맞춰 인터넷전문은행에 금융 클라우드가 허용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IT에 대한 별도의 투자 없이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필요한 IT인프라와 시스템∙소프트웨어를 저렴하게 빌려 쓰면 된다.

따라서 국내 IT 솔루션 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첫 발을 내민 기업들은 물론 시중은행을 위해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용하고 있는 솔루션의 현지화와 특화된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드는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역시 수익성 악화로 기존 인프라를 완전히 새것으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IT 업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한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국가는 미국,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일본 등이며, 이들 가운데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약 40%, 비은행권 금융회사나 기업 자본이 참여한 사례는 약 6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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