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지난 일요일 새벽 1시, 출고가 79만8000원 아이폰6(16GB)에 보조금 최대 70만원이 실렸다. 가산, 서초, 마포 등 휴대폰 판매점에는 10만원짜리 아이폰6를 구매하기 위한 대기자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1~2시간 후 해당 정책은 눈 깜짝할 새 종료됐다.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인 ‘긴급중지명령’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창조경제 야심작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불법 보조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3일 ‘아이폰6 대란’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 최고경영자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후속 조치를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늦장대응을 지적하며 단통법 무용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재 또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효성은 어디에? 안전장치 소용없어
이번 아이폰6 대란은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게 시장 경쟁을 억누르다 발생한 폐단이라 볼 수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축소로 시장 침체 상태가 지속, 소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유통점 또한 생존을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단통법 안착을 확신하며 늑장 행정을 펼쳐왔다는 지적이다. 단통법 시행에 앞서, 정부는 시장 불법 보조금 경쟁 발생 시 극약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긴급중지명령’ 제도를 만든바 있다. 

긴급중지명령은 시장 과열시 즉각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상황에 따라 기기변경/번호이동/신규가입 일부 또는 전부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기준 없이 방통위 내부 재량에 따라 시장상황을 판단, 위법성이 판단되면 위원회 논의를 거쳐 명령을 발동한다.

그러나 단통법 안전장치인 긴급중지명령은 현장에서 쓸모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긴급중지명령은 시장 상황을 평가한 뒤 (단통법) 위법 사항인지를 판단해 발효하는 것이다”며 “아이폰6 대란의 경우 주말 새벽 1~2시간 스팟성으로 정책이 집행되어 판단할 시간이 부족, 사후 조치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한달이 지나도록 정부는 안전장치의 근거 규정조차 정하지 못했다”며 “불법 보조금 대란은 단통법 도입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이제 와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은 늑장행정의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강력 조치 취할 것” 제재 실효성도 의문
아이폰6 대란으로 단통법 규정은 물론 제재 실효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현재 방통위와 미래부는 과징금, 대리점 및 판매점 과태료,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초기에 발생한 첫 불법 보조금 사례인만큼 엄중 조치를 취할 뜻을 내비쳤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진행중인 조사에 대해서 아직은 말씀드리기 이르나, 확실한 것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관련 제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실적으로 과징금 부과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으나, 아이폰6 대란 발생일이 이틀에 그치는 등 기간이 짧고 부과 비율도 작아 전체 액수 또한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액수는 ‘관련매출액’ x ‘부과기준율’을 곱한 금액에 가중치를 합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상한액은 연평균 매출액의 2%로 규정됐다.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도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형사고발을 하려면 특정 이통사 임원이 유통망에 불법 보조금 지급을 지시한 혐의를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통사가 리베이트를 통해 불법 보조금을 쓰게끔 유도한 것은 사실로, 이같은 정황을 중점적으로 파헤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과 달리 주도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6 대란은 단통법 조항에 따라 위법 사실을 판단해 처벌 수위가 이뤄질 것”이라며 “상임위원들의 별도 요청이 있으면 모를까. 현재로선 주도사업자 처벌에 대한 의미가 없다”고 귀띔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3사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대리점과 판매점을 상대로 1~2개월 현장조사를 거친 뒤 제재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나 전수조사, 현장 조사를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 논의와 관련 “단통법 내부 개정 논의 움직임은 없으며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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