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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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은 제4 인터넷전문은행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성공과 실패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화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 후발 주자는 실패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이 3월 7일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식 발간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출범 6년째를 맞이한 한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실물경기 둔화 등으로 그동안의 높은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빅테크와 같은 거대 금융플랫폼과의 경쟁 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 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17년 앞선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현황과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0년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으며 현재 10개가 운영되고 있다. 2000년 페이페이은행이 처음으로 설립됐으며 2001년 소니은행, 라쿠텐은행, 세븐은행이 등장했다. 2007년에는 SBI 주신네트은행, 이온은행이 2008년에는 지분은행이 만들어졌다. 2011년에는 다이와넥스트은행이 2016년에는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이, 2018년에는 로손은행이 출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총자산은 42조2000억엔(한화 약 374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라쿠텐은행으로 11조5895억엔(약 102조6000억원) 자산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총자산의 27.4%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4월~2023년 3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세븐은행, 이온은행,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 은행은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23년 기준 라쿠텐은행이 277억엔(약 2450억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인 995억엔(약 8800억원)의 27.8%를 차지했다.

일본 국내은행의 총자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 1.05%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2.94%까지 상승해 약 3배가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일본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11%에서 2020년에는 3%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장성은 높으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한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향후 성장성 둔화를 희생하더라도 수익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 중 성공 사례로 라쿠텐은행을, 실패 사례로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을 꼽았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이다. 라쿠텐은 자사와 라쿠텐 금융계열사인 라쿠텐은행, 라쿠텐증권, 라쿠텐카드, 라쿠텐페이, 라쿠텐생명, 라쿠텐손보 등을 연결하는 에코시스템(Rakuten Ecosystem)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을 통해 라쿠텐 모바일 고객들을 라쿠텐 금융계열사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쿠텐은행은 자산, 수익성 측면에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은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달리 출범 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자산 규모는 9위, 수익성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은 일본 시중은행인 아오조라은행과 인터넷 기업인 GMO 인터넷그룹이 함께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보고서는 GMO아오조라네트은행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장 늦게 출범했음에도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뚜렷하게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또 GMO 인터넷과 시너지가 부족했으며 이렇다 할 고객유치 전략이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자비스앤빌런즈,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트레블월렛, 현대해상 등이 U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제4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냈다. 또 소상공인 및 소기업 관련 단체 35개가 연합해 구성한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도 인터넷은행을 준비 중이다. KCD뱅크(한국신용데이터)도 소상공인 대출 특화은행을 만들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대전 등 지역에서 인터넷은행 형태의 지방은행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 이미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반 은행,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연구원의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분석에서도 이런 부분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연구원은 향후 한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등장하고 일반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확보하려는 요인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소유 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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