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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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글로벌 테크기업들 간 인수합병(M&A)으로 번들 전략이 강화되면서 IT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기업 CIO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VM웨어를 인수한 브로드컴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 이후 160개 이상 개별 제품들을 통폐합하고 2개 주요 번들 상품으로 재편했다.

브로드컴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부문은 새 번들 상품은 보다 많은 기능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나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일부 CIO들은 실제로 모든 기능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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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도 플랫폼 확장을 위해 크고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홈 가구 유통 업체인 시피 퍼니처의 채드 심슨 CIO는 "세일즈포스는 많은 소규모 회사들을 인수하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모델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무제한 에디션 플러스(Unlimited Edition+) 번들도 공개했다. 세일즈포스 무제한 에디션 플러스는 슬랙, 태블로, 세일즈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아인슈타인 AI, 데이터 클라우드 등에 대한 접근을 한번에 제공한다. 세일즈포스는 무제한 에디션 플러스를 선보이며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부각해다. 복잡성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다는 것이었다.

IT 회사들 간 입수합병이 벌어지면 양사 제품을 쓰던 고객들 입장에선 이런저런 질문들과 우려가 나오게 마련이다. CIO들 입장에서 보면 통합은 공급 업체 하나를 덜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복잡성을 줄여주지만 동시에 가격이 인상되고 통합 과정 속에 선호하던 제품이 폐기 처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어도비가 진행한 매크로미디어 인수도 결과적으로 플래시 및 다른 툴들 중단으로 이어졌다.

시티 퍼니처 심슨 CTO는 "공급업체들이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도요타뿐인데 페라리를 팔려고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M&A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악화시킨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고객이 이들 이능을 얼마나 많이 쓰든 상관없이 단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테크판 분위기를 보면 인수합병 사례가 늘어날 듯한 분위기다. 2023년 M&A 시장 규모는 2021년 당시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시스코, IBM, HPE가 주도하는 수십억달러 이상 거래는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HPE는 1월 네트워크 장비 업체 주니퍼 네트웍스를 140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시스코는 지난해 9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스플렁크를 280억달러 규모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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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보안에 주력해온 시스코는 최근 들어 성장 전략 일환으로 보안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왔다. 인수 합병(M&A)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척 로빈스 CEO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부터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가속화해왔다. 스플렁크는 해킹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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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이 늘어나는 가운데 CIO들 사이에선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보다 유연하고 모듈식, 메뉴 스타일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클라우드가 팔리는 방식과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티 퍼니처 심슨 CTO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전체 메뉴를 팔고 싶어 고객이 전체 메뉴를 사용하길 바라지만 현실에선 기업들 대부분은 그렇게 할 수 없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CIO들이 통합이 좀더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하는 영역들도 있다. 보안이 대표적이다. WSJ에 따르면 AI 검색 및 개인화 회사 코베오(Coveo) 도니닉 라조이(Dominic Lajoie) CIO는 "보다 적은 공급 업체들을 활용함으로써 공격 표면을 줄이고 보다 나은 할인 협상도 할수 있었다. 많은 이질적인 시스템들을 하나로 묶는데 따르는 높은 통합 비용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회사들로부터 다양한 기능을 구입하는 것보다 소수 회사들에서 가급적 많은 기능을 이용하는 접근이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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