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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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2023년에 이어 2024년도 테크판 최대 이슈는 생성형 AI다. 엔터프라이즈와 소비자 기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가리지 않고 생성형 AI가 이슈 메이커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4년은 생성형 AI 레이스를 어떤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도할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지난해는 생성형 AI 기술 자체에 관심이 쏠렸다면 올해는 옥석을 가리는 검증에 좀더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판에 뛰어든 회사들 간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도 자주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검증의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관련 2024년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들을 정리해봤다.

엔터프라이즈 생성형 AI 판세 어떻게?

생성형 AI는 기업과 소비자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초대형 이슈지만 관련 업계 수익 측면에선 기업용 시장이 갖는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기업 시장을 틀어쥐는 회사가 생성형 AI 대권 레이스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엔터프라이즈 생성형 AI 시장 판세를 보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온프레미스(On-premises, 기업 내부에서 IT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 솔루션 회사들에 이르기까지 엔프라이즈 판에서 뛰는 이름 좀 있는 회사들 대부분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

크게 보면 오픈AI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쓸지, 아니면 내부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기에서 LLM을 돌리는 방식이 대세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무게가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 이해 관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오픈AI와 구글로 대표되는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LLM들이 기업용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구도였지만 최근에는 프라이빗 진영의 반격도 거세다. 프라이빗 LLM 진영은 보안과 비용 그리고 효과 측면에서 모두 프라이빗 LLM 방식이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적합하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프라이빗 LLM 진영이 힘을 받을 경우 LLM 훈련 및 운영에 필요한 IT인프라 시장에서도 온프레미스 기반 회사들이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엔터프라이즈 LLM 시장에서 던져진 '퍼블릭이냐 프라이빗이냐'는 질문에 어떤 답이 나올지는 2024년 LLM을 넘어 IT인프라 시장 전반에 걸쳐 아주 흥미로운 이슈가 될 것 같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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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특화형 LLM 부상...SaaS 플러스 생성형 AI 전략 통할까?

기업들 사이에서 다앙햔 LLM들을 필요에 맞게 섞어 쓰는 사례가 늘면서, 멀티 LLM, 맞춤형 LLM 시장도 커지는 모양새다.  오픈AI 같은 상용 LLM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 속에 기업들이 오픈소스 LLM을 포함해 보다 저렴한 기술을 주목하면서 클라우처럼 LLM 시장도 '멀티'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다양한 회사들이 오픈AI로 시작했다고 멀티 LLM을 쓰는 코스를 밟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2024년 두드러질  전망이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LLM은 다양한 작업들을 커버하는 범용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특정 분야 작업에선 사용자들이 가려워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특화형 LLM들을 둘러싼 판도 커졌고 특화형 LLM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특화형 LLM이 거점을 확대하려면 적어도 해당 분야 만큼은 오픈AI로 대표되는 범용 LLM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도 범용 LLM과 차이가 애매하면 특화형이라는 콘셉트가 통하기는 어렵게 마련이다. 2024년은 특화형 LLM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력 B2B SaaS 업체들이 들고 나온 SaaS 플러스 유료 생성형 AI 전략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도 2024년 초미의 관심사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내로라 하는 B2B SaaS 업체들은 2023년 간판 플랫폼에 생성형 AI 비서 기능을 통합했다. 기존에 받던 SaaS 구독료에 더해 생성AI 기능에 별도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생성AI를 돌리려면 상당한 컴퓨팅 파워가 투입되는 만큼, 원가 측면에서 B2B SaaS 회사들이 생성AI 비서 기능은 유료로 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기업들이 그동안 쓰던 B2B SaaS 구독료에 더해 생성AI에 별도 비용을 낼지 또한 아직은 미지수다. 생성AI 비서를 유료로 파는 회사들은 사용자들이 지불한 돈 이상으로 생산성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비용을 쓰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은 여전하다.

오픈AI의 독주 막을 대항마는 누구?

생성형 AI를 둘러싼 열기는 오픈AI가 2022년말 AI 챗봇인 챗GPT를 내놓고 선풍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후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들과 앤트로픽, 코히어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오픈AI와 겨냥한 LLM들을 내놓으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성형 AI 하면 오픈AI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사용자들 평가를 봐도 오픈AI가 가장 낫다는 건 크게 달라진게 없다. 수익 측면에서도 오픈AI가 가장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디인포메이션 최근 보도를 보면 오픈AI는 최근 연간으로 환산한 매출이 16억달러를 넘어섰다. 10월 13억달러에서 20% 가량 상승한 수치다. 오픈AI 일부 경영진은 2024년말까지 연간 환산 매출이 50억달러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4년에도 오픈AI의 독주가 계속될 수 있을까?

오픈AI에 맞설 반격 카드로 준비해온 새로운 생성형 AI 기술 '제미니'를 공개한 구글이나 메타 라마나 미스트럴 AI같은 오픈소스 LLM들이 2024년 오픈AI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지 아주 주목된다. 구글의 경우  제미니로도 기대 이하 성과를 낼 경우 생성 AI 레이스에서 오픈AI와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오픈AI가 플랫폼 생태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추격의 기회를 다시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생태계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때 생성형 AI 한다고만 하면 스타트업들은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리걸 테크 스타트업인 하베이나 엔터프라이즈 검색 업체인 글린처럼 수익성을 보여주는 회사들은 계속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곳들은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회사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지 생성 AI 업체인 스터빌러티AI나 마케팅 카피 스타트업 자스퍼 등이 펀딩이 어려워지면서 2024년에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매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레이스에서 밀리는 회사들 외에 오픈AI, 앤트로픽, 코히어, AI21 랩스 또는 유닷컴(You.com) 메이저 회사들 중에서도 혁신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어하는 세일즈포스나 오라클 같은 기존 테크 기업들에 의해 상당한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제기해 눈길을 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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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의 재발견,..음성 앱, 이번에는 킬러서비스로?

챗봇과 검색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와 로봇 등 하드웨어와 LLM의 융합도 2024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헤드셋이나 글래스 등 LLLM 기반 웨어러블 기기를 주목하고 있고 오픈AI도 아이폰을 디자인했다가 지금은 독립한 조니 아이브와 LLM 기반 가정용 기기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픈AI는 언어 및 자율 이동 AI 모델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한 노르웨이 로보틱스 회사인 1X 테크놀로지도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행보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애플은 최근 몇개월간 대화형 AI를 개발해왔고 2024년 선보일 혼합현실 헤드셋 기기인 비전 프로나 아이폰 및 맥컴퓨터에 LLM이 투입되는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LLM의 부상 속에 음성이 마침내 중량감 있는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할 거란 전망도 있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2024년 테크 전망을 통해 AI 기반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주목했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음성 AI 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를 음악 재생이나 날씨 확인과 같은 간단한 작업에만 사용했을 뿐, 음성 대화용으로는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LLM을 통해 가상 비서는 인간 수준 대화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 만큼,  2024년 음성 애플리케이션 활용성은 커질 것으로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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