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아이폰 사용자들끼리만 쓸 수 있는 애플 아이메시지가 다시 화제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12월 초 출시된 '비퍼 미니'( Beeper Mini)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자 애플에 의해 계속 블로킹당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상징하는 녹색 문자 메시지를 파란색 아이메시지로 바꿔주는 모바일 앱이다. 

애플이 막으면 다시 비퍼 미니가 길을 뚫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애플이 이렇게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논의도 뜨거워지고 있다.

비퍼 미니는 서버나, 맥, 아이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안드로이드 문자를 아이메시지처럼 파란색으로 보이게 하면서 출시 48시간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안드로이드폰에서 오는 녹색 문자 메시지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세간의 일부 인식이 현실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비퍼 미니에 대한 반응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알고 있는 녹색 문자 메시지에 대한 차별이 실제로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부유한 이들만 아이폰을 산다는 인식을 고려하면 말풍선 색깔은 일부 사람들이 지위와 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상징이 됐다. 데이팅 앱들에서 녹색 말풍선 사용자들은 자주 파란색 사용자들에 의해 거절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아이메시지는 미국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로 통한다. 10대들 사이에선 특히 그렇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폰 소유자 중 절반 이상이 아이폰을 쓴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채팅창 말풍선은 파란색이다. 받은 문자에 반응하거나 개인화된 이모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아이메시지 사용자들 끼리만 가능하다. 아이메시지 사용자들끼리만 볼 수 있는 파란색 말풍선, 이른바 블루 버블 효과는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들을 계속 유지하면서 일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넘어오도록 하는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메시징은 보다 많은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한 애플 전략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해왔다 아이폰 사용자 간 문자는 파란색으로 표시되고 탭하여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와 문자는 녹색으로 표시되며 특전이 없다"고 전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반면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사용자 간 채팅은 기존 SMS 표준 기반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에서 오는 메시지는 아이폰에서 파란색이 아니라 녹색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그룹 채팅이 자주 끊어지거나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차단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문자 메시지는 와이파이가 아니라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거치며 이미지나 비디오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비퍼 미니는 끊김없이 잘 돌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드로이드 사용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았다. 사용자들은 메시지에 반응을 추가하거나 문자 메시지 보내기 취소, 오디오 노트 기록과 같은 기능들도 쓸 수 있었고 상대방이 타이핑하고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아이메시지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기능들이다.

비퍼 미니 웹사이트 갈무리.
비퍼 미니 웹사이트 갈무리.

WSJ에 따르면 비퍼 미니는 애플 아이메시지 프로토콜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해 서비스를 구현했다. 비퍼 미니 앱은 사용자 전화 번호만 알면 아이메시지 네트워크에서 기기를 식별할 수 있고 엔드 투 엔드 암호화가 적용된 상황에서 애플 서버로 메시지들을 바로 보낼 수 있다.

비퍼 미니 출시 며칠 후 애플은 보안 리스크를 이유로 비퍼 미니가 아이메시지 프로토콜을 파고든 빈틈을 차단했다. 비퍼 미니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이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하도록 하는 요구사항을 추가해 1주일 만에 컴백했다. 22일 기준 비퍼 미니 최신 수정 사항은 맥 컴퓨터에서 애플 계정으로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비퍼 미니는 처음에는 월 2달러에 출시됐지만 개발자들이 기능성을 더 이상 보장하기 어렵게 되면서 무료로 풀렸다.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 비퍼 공동 창업자는 애플이 제기한 우려도 반박했다. 비퍼 미니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사용자들 간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안전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는 애플이 취한 변화는 아이메시지 종속 효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퍼 미니 코드 기반을 공개해 보안 연구자들과 애플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공유했다.

애플이 아이메시지에서 아이폰 사용자들끼리만 파란색 말풍선이 보이도록 하는 정책은 반독점 규제 당국 관계자들도 관심도 끄는 모습이다.

애플은 최근 내년부터 구글 등이 몇년 전부터 메세징 앱에 통합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 간 문자를 주고 받는데 사용되는 기술을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에 따르면 이미지와 비디오 품질이 좋아지고 암호화 같은 보안 기능들도 제공된다. 하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문자 메시지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녹색으로 남는다.

비퍼 미니도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비퍼 미니 측은 12일 법무부 반독점 변호사들과 만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내부 사정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법부부 외에 연방 거래 위원회(FTC)는 지배적인 플레이어들이 서비들 간 상호운용성을 불허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사용하는 것을 감시할 것이라고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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