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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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테크 생태계는 생성형 AI로 시작해 생성형AI로 끝나는 분위기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전진배치하면서 테크 업계 판세는 단숨에 생성형 AI 중심으로 재편됐다. 생성형 AI 열기 속에 한때 '대세'로 통하던 메타버스, 웹3 같은 키워드들은 관심에서 아주 멀어졌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어떤식으로든 생성형 AI와 인연을 맺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생성형AI로 인해 테크판 지도가 크게 바뀌었고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생성형 AI를 제외하면 2023년 테크 업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거품이 빠지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자동차 쪽에선 전기차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상황 속에 50% 가까운 고성장을 즐겼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OTT 시장도 넷플릭스 제외한 회사들은 대부분 가능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다.

벤처 투자도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에 집중됐다. 경기 위축으로 벤처 투자 거품이 크게 꺼지면서 유니콘으로 대접을 받았다가 지금은 정리 코스에 들어갔거나 좀비 기업 신세가 테크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었다. 반면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생성형 AI를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빅테크 기업들과 VC들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며 대조를 이뤘다. 디지털투데이가 2023년 한해를 정리하며 테크 생태계를 달군 이슈들을 분야별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2023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은 기업들의 IT투자가 보수 모드로 바뀐 가운데 생성형 AI가 그나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했다.

CIO를 넘어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 생성형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업체들 간 경쟁도 생성형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리지 않고 엔프라이즈 컴퓨팅 분야 유력 회사들 대부분이 생성형 AI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앞다퉈 다시 짰다.

생성형 AI, IT인프라 성장엔진으로

생성형 AI 구축과 운영에는 GPU,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고성능 하드웨어가 투입된다. 비싼 제품을 팔 수 있는 만큼, IT인프라 업체들이 생성형 AI 시장에 공격모드로 나선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온프레미스(On-premises, 기업 내부에서 IT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 하드웨어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유력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회사들이 생성형 AI에 최적화된 제품들을 쏟아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 등 주요 회사들이 모두 미래 성장 전략으로 생성형 AI를 선봉에 내세웠다. 빅클라우드 업체들은 생성형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유력 AI 스타트업들에도 적극 투자하며 생성형 AI를 위한 넘버원 인프라가 되는데 올인하는 양상을 보였다.

빅클라우드 업체들은 자체 또는 외부 업체들 거대 언어 모델(LLM)을 클라우드 플랫폼에 제공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생성형 AI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 개발 플랫폼, 응용 애플리케이션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나섰다.

클라우드 업체들 중 생성형 AI 레이스에 가장 빨리 뛰어든 회사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전략적 동맹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사업에서 경쟁사 대비 인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분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29% 성장하며 2분기 성장률 26%를 상회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기간 AWS나 구글 클라우드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는데, AI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애저 클라우드에만 탑재돼 있는 오픈AI LLM 기술들을 찾는 기업들이 늘면서, 애저 클라우드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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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WS도 11월 말 개최한 연례 테크 컨퍼런스 리인벤트를 기점으로 생성형AI 플랫폼 전략을 대폭 강화했다. AI 모델 훈련용 트레이니움2과 신형 서버칩 그래비톤4을 선보인데 이어 단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다양한 회사들 거대 언어 모델(LLM)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도 업그레이드했다. 챗GPT와 비슷한 생성형 AI 기반 업무용 챗봇인 아마존 큐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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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클라우드 외에 델테크놀로지스, HPE 등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회사들도 생성형AI 인프라 시장에서 지분 확대에 적극 나섰다. 델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인프라를 넘어 생성형AI 전략 수립부터 구축, 운영, 확장, 교육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모두 커버하는 컨설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생성형 AI인프라 대권을 놓고 퍼블릭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업체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지면서 클라우드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퍼블릭이냐 프라이빗냐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점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였다.오픈AI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쓸지, 아니면 내부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기에서 LLM을 돌리는, 이른바 프라이빗 AI가 대세가 될지가 생성형 AI 인프라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간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서 기능을 앞다퉈 탑재하고 유료화에 나선 것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세일즈포스, SAP, 서비스나우, 구글 등 중량급 B2B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미 생성AI 기술을 주력 제품들에 적용했고 이같은 흐름은 분야별 전문 업체들로 확산됐다.

생산성 소프트웨어 분야는 유력 B2B SaaS 기업들이 이미 생성형AI 기능에 대한 유료화를 본격화했다. 원래 받던 SaaS 구독료에 대해 생성AI 비용을 별도로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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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365와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탑재한 생성AI 비서 가격을 1인당 월 30달러로 정했다.

2024년은 B2B SaaS 플러스 유료 AI 비서 전략이 먹혀들지 살펴볼 수 있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지불한 돈 이상으로 생산성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들에게 별도 비용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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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업계, 통합 플랫폼 바람·엣지의 부상

제로 트러스트와 클라우드 기반 보안 시장이 커진 가운데 통합 보안 플랫폼을 향한 관련 업계 행보도 두드러졌다. 

기업 보안 팀들이 진화하는 공격 위협 속에 업무 과부하에 직면한 만큼, 보안 개별 제품들을 따로 따로 구입해 보안 환경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을 통합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한 회사로부터 솔루션을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대형 보안 회사들 중심으로 확산됐다.

되돌아 보면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은 통합 제품과 분야별 최고 제품을 골라 쓰는 이른바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of-Breed) 시대와 왔다갔다 했던 역사였다. 통합이 뜨면 얼마 후 다시 베스트 오브 브리드 시대가 열렸고,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얼마 후 다시 통합 패러다임에 주도권을 내주는 흐름을 반복했다. 보안 시장도 마찬가지. 통합과 베스트 오브 브리드가 주도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판세가 이어졌다. 지금 판세는 베스트 오브 브리드가 막을 내리고 통합이 다시 분위기를 타려는 모양새다. 

ㆍ플랫폼화 가속...글로벌 보안 시장 M&A 열기 고조

플랫폼이 대세론을 타면서 대형 보안 업체가 작은 회사들을 집어삼키는 인수합병(M&A)도 활발했다. 시스코시스템즈, 팔로알토네트웍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이 이름 좀 있는 보안 회사들이 쓸 만한 보안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더욱 키웠고 2024년 이런 흐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발생하는 물리적인 위치 근처에 컴퓨팅 인프라를 배치해 원격지에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로는 커버하기 힘든 실시간 처리 및 분석 역량을 제공하는 엣지컴퓨팅은 그동안 지금 현재 보단 미래를 상징하는 비즈니스로 통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바뀌는 양상이다. 델테크놀로지스, 레드햇, 윈드리버 등이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삼고 나서면서 엣지컴퓨팅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점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앞으로 모든 클라우드, IoT, IT 시스템에 위치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엣지 워크로드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신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멀티클라우드 엣지 플랫폼’ 접근 방식을 취하는 형태가 보편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vs. 오픈AI [사진: 셔터스톡]
구글 vs. 오픈AI [사진: 셔터스톡]

엔터프라이즈 생성형 AI 진검승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생성형AI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가장 묵직한 키워드가 될거란데 토를 다는 이들은 없다. 2024년은 생성형 AI 레이스를 어떤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도할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2023년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띄운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판에 다양한 출신 성분을 가진 테크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시기였다. 실전 보다는 탐색전에 가까웠다. 그런 만큼 2024년은 생성형 AI로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되는지에 대한 초반 성적표를 받아보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에 기반이 되는 LLM 시장 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도 관전포인트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장은 지금까지 '오픈AI의 시간'이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 챗GPT, 올 초 신형 LLM인 GPT-4를 선보이며 관심과 성장세 측면에서 생성형AI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들과 앤트로픽, 코히어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오픈AI를 상대로 맞불을 놨지만 아직까지 '오픈AI의 시간'은 계속됐다. LLM 시장에서 오픈AI와 맞먹는 지위를 확보한 곳은 아직 없다.

2024년은 지금과 같은 구도가 이어질지 아니면 경쟁사들 지분이 확대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구글의 행보가 특히 흥미롭다.

ㆍ구글, 최신 AI 모델 '제미니' 발표...오픈AI GPT-4에 전쟁 선포

구글은 최근 오픈AI에 맞설 반격 카드로 준비해온 새로운 생성형 AI 기술 '제미니'를 공개했다.제미니는 오픈AI GPT-4를 잡기 위해 구글이 회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오픈AI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LLM은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범용 LLM을 표방한다. 그러다 보니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특화형 LLM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화형 LLM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2024년은 다양한 특정 분야 전용 LLM이 갖는 중량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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