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자체 OTT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경쟁사인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아예 끊어 버리기도 했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수익성 강화 일환으로 넷플릭스에 다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예전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부 콘텐츠에 대한 빗장을 풀어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 대항마로 자체 OTT를 내놨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채무 부담만 늘다 보니, 넷플릭스에 다시 콘텐츠를 팔아 적자를 만회해 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가 소유한 스타워즈와 마블 영화, HBO 왕좌의 게임과 같은 인기 콘텐츠는 여전히 넷플릭스에 없지만  듄,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화들과 영 쉘든 같은 시리즈물은 넷플릭스에서도 제공된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앞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예전에 비해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커졌다"면서 "스튜디오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라이선스를 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구축한 것이다"고 말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데커 콘텐츠 판매 담당 사장은 "라이선싱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콘텐츠가 시청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몇 개월 안에 디즈니는 프리즌 브레이크,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디스 이스 어스(This Is Us) 등을 포함해 다수 프로그램과 ESPN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들을 넷플릭스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대항마로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인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다시 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재무적인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OTT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수십억달러 비용이 소요된다. 넷플릭스는 돈을 벌어가면서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구독자 규모를 확보했지만 다른 회사들은 여전히 넷플릭스와 경쟁을 위해 상당한 실탄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진이 높은 콘텐츠 라이선싱에 다시 힘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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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직접 내놓기 전에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상당한 수입을 챙겼다. 넷플릭스도 라이선스 받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와 외부 스튜디오들로부터 제공 받은 인기 콘텐츠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넷플릭스는 OTT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회사 측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넷플릭스에서 이뤄진 콘텐츠 시청 중 45%가 라이선스된 TV 쇼 및 영화들이었다. 12월 10일부터 1주일간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 톱10에는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만 4편이 포함됐다. 유니버셜 픽처스도 자체 OTT 서비스인 피콕(Peacock)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들이 넷플릭스에만 콘텐츠 라이선스를 파는 건 아니다. 아마존, 투비, 디즈니가 소유한 훌루 등에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에 다시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건 주목할 만 행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너 브라더스는 2020년에 자체 OTT 서비스인 맥스(Max)를 개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인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는 전술을 펼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넷플릭스 구독자수는 전세계적으로 2억4700만명에 달하지만 맥스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런 가운데 2022년 4월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가 회사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워너 브라더스는 넷플릭스에 대한 전술을 전면 수정했다. 지난달에는 워너 브라더스가 제작하는 CBS 쇼인 영 쉘든이 넷플릭스에 풀렸고 영 쉘든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HBO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HBO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HBO는 넷플릭스와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몇 달 전 넷플릭스는 인시큐어, 볼러스, 식스 핏 언더",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과 같은 HBO 시리즈 스트리밍 판권을 사들였고 이들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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