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사진: 셔터스톡]
IBM 왓슨.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당사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기업용 AI 레이스에서 주도하는 회사들을 꼽을 때 IBM을 앞단에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에 비해 IBM은 중량감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왓슨 브랜드를 앞세워 야심차게 추진했던 헬스케어 AI 사업 등을 2년 전 정리한 이후에는 특히 그렇다.

이런 가운데 IBM이 5월 왓슨 브랜드를 들고 기업용 AI 시장 레이스에 컴백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함께 기업용 AI는 IBM 사업의 양대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AI 제품을 팔아 돈을 벌려는 행보도 본격화했다.

왓슨X 브랜드는 기업들이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 및 조정하고 배치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은 왓슨X는 이미 3분기 수억달러 규모 예약 매출을 달성했고 연간 10억달러 예약 매출을 바라보는 코스에 진입했다며 나름 자신감을 보인다.

2011년 2월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ABC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당대 최고로 꼽히던 켄 제닝스를 완파하고 우승한 이후 IBM은 여세를 몰아 AI 사업을 본격화했다. IBM은 사회를 휩쓸  인공지능(AI) 기술 헉명의 시작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왓슨을 헬스케어, 금융, 법과 학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AI가 곧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 자리는 IBM에게 돌아갈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IBM 기대와는 180도 달랐다. 2년전 IBM은 왓슨 헬스 부문을 사모펀드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왓슨 AI 사업은 성공은 커녕 테크판에서 실패한 AI 사업 사례로 많이 언급된다. 그런만큼 왓슨X를 바라보는 시선도 IBM이 바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ㆍ한 때 화려했던 IBM 왓슨의 추락과 재기 행보

IBM도 왓슨을 둘러싼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크리슈나 CEO는 최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정한 비판이다. 제퍼디가 승리를 거둔 이후 왓슨으로 실제로 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수익화하는데 IBM은 늦었고 세상이 흡수할 준비가 되지 않은 매우 거대하고 획일적인 답을 추구하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왓슨을 내부 환경에 맞게 고쳐 쓰고 싶어 했는데, 획일적으로 접근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얘기다. 왓슨 브랜드를 살려 AI 사업 재기에 나서면서 이같은 경험을 반영했다는게 크리슈나 CEO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IBM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등을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치지가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IBM은 7월  왓슨x 제품군 중 왓슨x.ai (watsonx.ai)와 왓슨x.데이터(watsonx.data)를 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왓슨x.ai는 파운데이션 모델, 생성형 AI, 머신 러닝 모델 등 AI를 쉽게 교육, 검증, 조정,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왓슨x.데이터는 데이터 레이크 유연성과 데이터 웨어하우스 성능을 갖춘 맞춤형 데이터 저장 플랫폼이다.설명 가능한 AI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왓슨x.거버넌스(watsonx.governance) 툴킷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ㆍIBM, '왓슨x.ai'·'왓슨x.데이터' 출시...기업용 생성AI 시장 본격 노크

콘셉트만 놓고 보면  다른 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기업용 AI 플랫폼들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는게 IBM 입장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사진: IBM]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사진: IBM]

크리슈나 CEO는 기업용 AI는 배포 방식, 데이터 신뢰, 보안이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IBM은 배포 방식과 관련해 고객들에게 선택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현재 많은 테크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AI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IBM은 중동, 인도, 일본에서도 자국 영토에 AI를 배치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AI를 배치하는 장소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IBM에 배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자체 인프라가 충분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은 AI 모델은 한 회사가 만든 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AI 모델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도 차별화 전략 중 하나라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리슈나 CEO는 "금융 등 정부 규제 아래 있는 분야 외에 통신, 소매, 제조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AI 시장은 지난해 말 챗GPT 등장 이후부터 생성형 AI가 주도하는 판세다. 크리슈나 CEO는 여기에 오픈AI가 기여한 바를 높게 평가한다. 넷스케이프가 인터넷을 모든 사람에게 매우 실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었듯 챗GPT는 AI에 대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IBM은 텍스트를 작성하고 요약하는 그래나이트Granite) 생성형 AI 모델도 선보였다. 기업들에게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해 데이터와 내장된 안전조치에 대해 알 수 있는 자체 모델을 개발하게 됐다는게 크리슈나 CEO 설명이다.

크리슈나 CEO는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거대 언어 부분과 생성형을 분리한 뒤 거대 언어 부분이 기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AI 연간 생산성 효과를 4조4000억달러로 전망한 맥킨지 수치의 핵심도 거대 언어적인 부분에 근거하며, 생성적인 측면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제공하는 역할로  보고 있다.

AI는 글로벌 테크 시장의 격전지다. 클라우드와 함께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로 통하고 있다.  '왕년의 빅테크 기업' IBM이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를 버텨내고 왓슨으로 뭔가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왓슨 브랜드를 앞세운 IBM의 두 번째 도전이 심판대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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