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양태훈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프랜드쉽 경영전략을 내세우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 마련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기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 외에 별다른 공식입장을 전하고 있지 않다. 최근까지 알려진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신체의 건강은 회복했지만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의식을 회복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3일까지 미국에서 개최된 선밸리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팀 쿡 애플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언더아머 케빈 프랭크 최고경영자, 마드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IT기업의 거물들과 회동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서초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한 이재용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별다른 답변없이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언더아머와 애플과 접촉한 것에 주목하며,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부회장이 언더아머와 접촉한 것은 애플이 올해 9월 공개할 예정인 아이워치 개발을 위해 나이키와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삼성 역시 미국의 빅3 스포츠브랜드 중 하나인 언더아머와 협력해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먼저 갤럭시기어를 선보이며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했지만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류나 스포츠 용품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진단 때문이다.

또 최근 애플이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게 아이폰6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을 맡기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들어갈 디스플레이와 메모리칩 등의 삼성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춰감에 따라 애플과의 협력관계 강화도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사업 외 BW와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 삼성SDI는 BMW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시중에 판매중인 BMW의 전기차 i3와 i8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BMW의 하이브리드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협의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의료기기와 바이오시밀러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사업분야로,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사옥에서 “BMW와의 계약체결로 수조원대의 매출 효과를 보게 됐다”며 “향후 실적 증대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BMW의 전기차 i3이 올해 약 3만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삼성SDI에게 약 2000억원 정도의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 실적(매출 53조6800억원, 영업이익 8조4900억원) 대비 매출은 3.13%, 영업이익은 15.19% 감소했다. 전년동기(매출 57조4600억원, 영업이익 9조530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9.50%, 영업이익은 무려 24.45%나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및 증권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2분기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스마트폰 시장 정체기로 인한 관련 부품 사업의 침체와 마케팅 비용 증가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에 전략 프리미엄 패블릿폰인 갤럭시노트4가 출시됨에 따라 디스플레이 및 메모리 사업 부문의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대 경쟁사인 애플이 풀체인지한 아이폰6와 첫 스마트워치 아이워치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갤럭시노트4 출시효과가 실적개선에 큰 도움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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