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인자에 오른 최창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그룹 2인자에 오른 최창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SK그룹을 이끌던 부회장단 4명이 2선으로 물러나고, 주력 계열사 사장단에 50대 대표가 선임됐다.

2016년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지 7년 만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다. 대외 불확실성과 계열사별 위기가 찾아오면서 젊은 피를 수혈해 빠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SK그룹은 7일 사장단과 임원인사, 조직 개편 등을 단행하며 각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했다.

우선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올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 취임을 시작으로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창원 부회장이 선택된 데에는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가 한몫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그룹 계열사 사업이 부진하며 위기에 빠지자, 최태원 회장 최측근이면서도 그룹을 잘 아는 최창원 부회장이 적임자가 됐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1994년 입사 후 약 30년 동안 SK그룹에 몸 담은 바 있다.

당초 퇴임이 유력했던 조대식·장동현·김준·박정호 부회장 4명은 부회장직을 유지했다. 다만 기존 의장·대표이사직은 내주게 되면서 2선으로 대거 물러나게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재무계획,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되, 박경일 사장과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아 기업공개(IPO) 추진을 이끌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고, 박정호 부회장은 SK㈜·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 등을 이끌게 될 전망이다.

부회장 4명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공석이 된 대표직에는 50대 사장이 대거 등용됐다. 이들 중 추가로 부회장 승진을 한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 공석이 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직에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임명됐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에너지 신임 사장에는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가, SK엔무브 신임 사장에는 김원기 SK엔무브 Green성장본부장이 발탁됐다.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 [사진: SK이노베이션]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SK온 대표이사다. 지동섭 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이석희 SK하이닉스 전 사장이 맡게 됐다.

이석희 사장은 인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친 반도체 전문가다. 배터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과거 2019년 SK하이닉스 대표 시절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냈고, 특히 재무적 부문을 개선해온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K온은 출범 이후 연속 분기 적자를 내는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후발주자로 진입하며 초기 가동에 따른 비용 소모·대규모 투자 집행 등 부담이 컸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861억원으로 수천억원 단위였던 손실 폭을 크게 줄였으나,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로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투자 면에서는 프리IPO에서 약 4조8000억원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현대차·포드 등과의 투자 등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룹은 이석희 사장이 설비투자(CAPEX) 지출을 효율화하는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 보여준 기술 리더십을 SK온에 이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이스트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SK하이닉스]
카이스트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SK하이닉스]

박정호·곽노정 공동 대표 체제였던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광대역폭메모리(HBM) 등 신규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안정적인 변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낸드 시황 악화, 최종 인수 전 특허 통합 등 문제가 남은 '솔리다임'의 정상화도 한몫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대외적 위기 상황과 계열사별 재무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했다. 비교적 젊으면서도 준비된 리더를 발탁해 기대했던 성장성을 다시 한번 높이려는 의도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새로운 경영진과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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