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 카카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검찰 수사와 각종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가 이번에는 내홍에 직면했다.

카카오 쇄신을 위해 출범한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인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카카오 내부에 문제가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라고 폭로하고 나섰다. 그는 욕설 논란에 대해서도 제주도 공사 진행과 관련해 부조리한 상황을 지적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정호 이사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달 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와 저녁을 하며 정말 어려운 부탁을 들었다. 카카오 전체에 대해 인사와 감사 측면에서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장비의 헐값 매각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등 (카카오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고 2번은 거절을 했는데 3번째에는 술을 거의 8시간이나 마시며 저를 압박했었고 결국 승낙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이사장은 삼성SDS에 근무하다가 네이버가 창업될 때 합류했으며 NHN 부사장, NHN 한게임 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베어베터 대표,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으로 근무했으며 올해 9월 카카오 CA협의체경영지원총괄이 됐다. 그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쇄신을 위해 출범시킨 준법과신뢰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이다. 카카오 내부 인사로는 김 이사장이 유일하다.

28일 김정호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김 이사장은 자신의 페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카카오 내부의 문제들을 공개했다.

김정호 이사장 모습 [사진: 김정호 이사장 페이스북]
김정호 이사장 모습 [사진: 김정호 이사장 페이스북]

김 이사장은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공동체 골프회원권 현황을 보고하라는데 계속 미적거렸다. 호통을 치고 계속 요구를 하는데 결국 한 달 가까이 돼서야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제주도 JDC 내 카카오 본사 부지는 무려 2008년에 매입해 다음 캠퍼스를 만들려다가 닷1, 닷2 건물만 완공하고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닷3가 빈 땅으로 남아있는 곳이었다”며 “당연히 아무런 개발도 안 하고 방치한 부지에 대한 경고장이 계속 왔었고 제대로 개발을 안 할 경우 회수하겠다는 공문까지 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주도에 도움이 되는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 센타를 만들어서 지역 인재를 대규모로 고용하고 지방대 학생들을 위해 운영 중인 카카오 테크 캠퍼스의 헤드 오피스를 제주도로 옮기고 장애인 예술단체가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장애인과 같이 일하는 체험 센타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욕설 논란은 이 제주도 기획을 논의하면서 불거졌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내년 1월에 시작될 제주도 프로젝트에 금년 12월에 완공되는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 28명(모두 카카오 스페이스 직원)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시기적으로도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실력도 제주도 프로젝트를 하기에 오히려 상급 실력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그 팀은 제주도에서 싫어할 거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한 명의 임원이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정해진 업체를 어떻게 정했는지 물었지만 해당 임원은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계속 답했다고 한다. 이는 결재, 합의도 없었다고 김 이사장은 주장했다.

그는 “거의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되었고 아무말도 안 하고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며 “이건 다른 회사는 상상도 못하는 일 아니냐? 어떻게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는가?”지적하며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제주도 공사 업체 선정에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그런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호 이사장은 자신의 욕설 논란을 해명하려고 했지만 카카오의 내부 문제들을 폭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이날 카카오는 데이터센터(IDC)와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 한 곳에 몰아주는 식의 비리 제보를 접수받고 대대적인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지난달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에 준공한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2025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준공 예정인 K팝 공연장과 극장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과 관련한 비리 제보를 접수받아 회사 차원에서 사실관계 파악과 내부 감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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