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디에스 창원공장 내부에 지어지고 있는 신규 공장. 지하1층~지상5층이 제조동으로 활용돼, 연 최대 기준 2000억원 규모 생산능력이 확대될 예정이다 [사진: 해성디에스]
해성디에스 창원공장 내부에 지어지고 있는 신규 공장. 지하1층~지상5층이 제조동으로 활용돼, 연 최대 기준 2000억원 규모 생산능력이 확대될 예정이다 [사진: 해성디에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반도체용 리드프레임, BGA 기판을 제조하는 해성디에스 창원 사업장. 라인별로 나눠진 제조동마다 장비가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1년 넘게 이어진 반도체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모니터링 시스템·인라인 검사기 도입으로 품질이 더 높아졌다. 특히 ELF(식각 리드프레임 공정) 분야에서는 우리가 1위"라고 소개하는 작업자의 말에는 자부심이 물씬 묻어났다.

지난 23일 방문한 해성디에스 창원 공장은 1984년 삼성테크윈 리드프레임 사업부로 출발했다. 2010년에는 볼그리드어레이(BGA), LED용 리드프레임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2014년 해성그룹 편입을 거쳐 지금의 사업장이 됐다. 현재는 DDR4·DDR5 D램 메모리용 BGA와 차량용 칩 리드프레임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연결하고 반도체 패키지를 회로기판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사람 머리카락 수준의 두께인 압연 동박에 회로를 새기고 도금해 만든다. 주로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구세대(Lecacy) 칩에 활용된다.

특히 2020년대 들어 그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구식'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이후 차 한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칩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해성디에스는 차량용 수요에 맞춰 MSL 1등급 등 내구성 인증을 획득하고 지난 8월 추가 증설에 나섰다. 글로벌 3위였던 리드프레임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부터 2위로 올랐다.

ELF 광폭 에칭라인에 투입된 동박이 회로가 새겨진 리드프레임 형태를 띠고 6줄씩 나오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ELF 광폭 에칭라인에 투입된 동박이 회로가 새겨진 리드프레임 형태를 띠고 6줄씩 나오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리드프레임은 공정 방식에 따라 금형 리드프레임(SLF, Stamped Lead Frame), 식각 리드프레임(ELF, Etched Lead Frame)으로 나뉜다. SLF는 압연 구리박(동박)을 금형 핀으로 찍어 회로를 새기는 방식으로 QFP(Quad Flat Packege)·집적회로(IC) 등 대량 양산용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반면 ELF는 동박에 회로를 새기고 용액으로 깎아 만든다. 반도체 공정처럼 감광액을 도포하고 노광, 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QFN(Quad Flat Non-Lead Packege)과 같은 다품종 소량 제품을 만들때 주로 ELF 공정을 활용한다.

해성디에스의 강점은 높은 생산성이다. 공정 장비나 방식을 일원화해 생산량을 크게 확대했다. 여기에 인라인(In-Line) 검사장비까지 탑재해 불량률을 크게 낮췄다. 현장 관계자는 "2~3년 전 인라인 검사 장비를 도입한 이후 불량률이 뚝 떨어졌고, 생산성도 늘어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ELF 공정에 도입한 생산성 향상 프로세스도 인상적이다. 해성디에스는 일반적으로 2~3개 라인으로 나눠 진행하는 ELF 공정을 하나의 라인으로 통합해 고속 공정을 구현했다. 이밖에 광폭(340~510mm) 동박을 투입해 최대 9줄로 나눠 제품을 제조하는 등 생산 원가를 절감했다.

BGA가 커다란 릴(원형으로 감는 부품)에 감겨있는 모습. 릴투릴 공정을 활용하면 자르는 과정 없이 고속으로 BGA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BGA가 커다란 릴(원형으로 감는 부품)에 감겨있는 모습. 릴투릴 공정을 활용하면 자르는 과정 없이 고속으로 BGA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회사의 또다른 핵심 축인 BGA 생산라인에도 저비용·고효율 방식이 적용됐다. 2005년 첫 개발해 현재까지도 주력으로 활용하는 릴투릴(Reel to Reel) 공정이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BGA는 롤 형태로 감긴 동박을 일정 크기로 잘라 패널(Panel)에 담고, 이 패널을 각 공정에 투입하며 제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릴투릴 방식은 각 공정마다 동박을 감는 릴을 배치해 자르지 않고 제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릴투릴 공정은 패널 방식과 달리 층(Layer)수를 많이 쌓을 수는 없다. 최대 6레이어가 한계"라면서도 "하지만 이 방식은 동박 변형 없이 고속으로 생산 가능해 메모리 기판 생산에 아주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BGA는 대다수 PC, 서버에 활용되는 D램용 기판으로 쓰인다. DDR3, DDR4 등 구세대 표준은 물론 DDR5 D램에까지 탑재 가능하다. 일부 4레이어 등 층수를 적층한 기판은 그래픽D램(GDDR D램)에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신용카드용 칩온보드(COB, Chip On Board) 라인도 갖추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내년 찾아올 반도체 시황의 '업턴(Upturn)'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5월 투자한 3880억원 규모 시설투자를 통해서다. 자동차·DDR5 D램 메모리 등 고성장 분야의 기판을 생산해 온 만큼, 불황에도 투자를 단행해 다가올 수요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내년 11월까지 신규 리드프레임·BGA 제조동을 완공하고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라인 가동에 돌입한다. 2025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 현 연간 생산능력 9000억원을 1조1000억원 규모로 키운다. 여기에 필리핀 전력반도체 공장 사업도 점차 비중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