ㅏㄴGM 크루즈의 로보택시 서비스 [사진: 크루즈]
ㅏㄴGM 크루즈의 로보택시 서비스 [사진: 크루즈]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GM 산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크루즈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크루즈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 차량으로 인해 교통 사고가 발생하고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크루즈에 대한 규제 당국 감시망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 직원들도 미래를 불안해 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10월 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교차로에서 한 차량이 한 여성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크루즈 무인 자율주행택시가 지나가는 길에 던져졌고 이 상황에서 크루즈 차량은 그 여성을 치고 잠시 멈춘 뒤 20피트(6m) 가량 끌고 가다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 여성은 큰 부상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크루즈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숨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캘리포니아 차량국에 따르면 루즈가 처음에 제출한 사고 영상에서 회사 차량이 사고를 당한 여성을 끌고 가는 장연을 삭제했다. 차량국은 또 크루즈가 회사 기술 관련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자율주행차량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거센 비판 속에 크루즈는 결국 미국 전역에서  모든 무인 자율주행차량 운영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크루즈 자율주행차 400대가 길에 멈춰서게 됐다.

이후 크루즈 이사회는 사고에 대한 회사 대응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로펌인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도 영입했고 조사 결과를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퀸 엠마뉴엘과 별도로 복잡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평가를 주특기로 하는 컨설팅 회사인 엑스포넌트도 사고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크루즈 직원들 사이에선 문제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우려하는 시선이 엿보인다.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크루즈 전현직 직원,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자 등 5명을 인용해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에 이렇게 된 데에는 크루즈 기업 문화가 자동차 제조사 보다는 실리콘밸리식 테크 회사에 많이 가깝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크루즈 내부 관계자들은 38세인 카일 보그트 CEO 주도 아래 회사가 안전 보다는 비즈니스 속도를 우선시한 것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그트 CEO는 테크 DNA가 강한 경영자다. 13세 때 주차장 노란색 선을 따라가도록 장난감 자동차를 프로그래밍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선 정부가 후원하는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도 참가했다. 2013년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설립했고 3년 후 회사를 GM에 10억달러에 매각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빨리 움직이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최대 라이벌인 구글 관계사 웨이모를 의식해 우버가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리프트를 상대로 시장을 지배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키워드는 공격적인 확장이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크루즈가 안전 문제들에 대응하는 과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여름 크루즈 차량이 버스 차선에서 토요타 프리우스와 충돌했을 때 크루즈 일부 관계자들은 버스 차로가 있는 도로는 한동안 피할 것을 제안했지만 보그트 CEO는 이를 묵살했다. 버스 차로가 가진 복잡성을 자율주행차가 이해하려면 계속 운행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크루즈는 유사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조치만 취했다.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진 뒤에도 크루즈는 차량이 사이렌을 감지하는 방식을 바꿨을 뿐이었다.  사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 공무원들과 활동가들은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상대로 크루즈가 자율주행차 운행을 확장하는 것을 늦춰야 한다고 압박했고 크주즈에게는 사고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보그트 CEO가 밀어 붙인 속도전은 테크판에선 필승 전략으로 통했을지 몰라도 자동차 쪽에선 먹혀 들지 않았다. '빨리 빨리'를 중시하다 안전 이슈에 걸려 넘어지면서 크루즈는 회복이 쉽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체가 불투명한 처지가 됐다.

회사 차원 미팅에 참석한 크루즈 직원 2명에 따르면 보그트 CEO는 언제 차량 운영을 재개할지 모른다고 했고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점도 알렸다고 한다. 그는 또 크루즈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투명하고 안전을 강조함으로써 신회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구현하려는 시도에 대해 현재 AI 기술로는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해온 게리 마커스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심리학·신경과학 교수는 크루즈 이슈를 다룬 뉴스레터에서 'AI의 테라노스가 될까?'라는 제목을 달며 '크루즈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다시 한번 지적했다. 사기극으로 막을 내린 헬스케어 기업 테라노스에 빗대 크루즈 사업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량 운행이 중단됐을 당시 크루즈가 보유한 차량 400대 중 절반이 샌프란시스코에 배치됐다. 이들 차량은 방대한 운영 인력 지원 아래 가동됐다. 차량 한대당 1.5명이 운행을 지원했다고 한다.

차량 운영에 정통한 관계자 2명에 따르면 이들 직원은 2.5마일(4km)에서 5마일(8km)마다 크루즈 차량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받은 후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는 크루즈가 무인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뒷단에서 사람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비용 구조 안래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커스는 "크루즈가 테라노스와 같은 이야기로 결론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핵심은 크루즈 차량이 정말 몇 마일마다 개입이 필요하고 모든 차량에 대해  외부 운영자 1.5명이 필요하다면 이것은 크루즈가 일반에 주장해온 것과 너무 다른 듯 하다. 주주들은 분명히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상황이 이렇게 나쁘다면 GM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에만 해도 2020년대 초반에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란 낙관론이 넘쳐났다. 자율주행 스타트업들로 투자금이 몰렸고 유력 자동차 제조사들도 자율주행차 레이스에 가세했다. 하지만 낙관론은 현실화되지 않았고 지금은 자율주행차가 단기간에 실전에 투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크루즈를 둘러싼 이슈로 인해 회의론은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크루즈 경쟁사들이 크루즈가 처한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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