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어려운 때 KB금융그룹 회장을 맡았다. 지난 9년을 되돌아보면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려놨다는 점이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 반면 한국의 리딩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아직 전 세계 은행 순위는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 경제금융 규모를 보면 10위권 내에 있어야 한다.”

지난 9년 간 KB금융그룹을 이끌어 온 윤종규 회장이 퇴임을 2달여 앞두고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처음 회장에 취임할 때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다들 회장 취임에 대해 축하하기 보다 걱정을 했다”며 “어떤 은행도 리딩뱅크에서 내려온 후 다시 올라간 사례가 없었다며 비관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1등 KB를 향한 간절한 바람과 노력이 합쳐져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서 리딩뱅크를 찾아올 수 있었으며 다음 임기 3년은 부동의 1위 금융그룹을 만드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3년은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승계 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KB금융그룹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이 신경전을 벌이고 금융당국의 징계가 이어지면서 KB금융은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11월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윤종규 회장은 2017년과 2020년에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만으로 9년째 KB금융그룹을 이끌었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 간 겸직하면서 KB사태의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했고,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지금의 리딩금융그룹에 이르는 토대를 마련했다. 

윤종규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의 인수합병을 주도해 비은행 사업을 강화했다.

또 2017년에는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한데 이어 2021년에는 4조4096억원, 2022년에는 4조1217억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4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KB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국내 대표 리딩금융그룹으로써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윤 회장이 KB금융의 성장과 안정을 이끌었기 때문에 4연임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은 “3연임을 하면서부터 (퇴임을) 마음먹고 승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최고경영자(CEO) 진퇴는 당사자 본인이 결정하는 것인데 과거 훌륭한 (금융권) 선배들이 마지막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회장은 글로벌 리딩그룹으로 도약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리딩금융그룹이라고 한다면 우리 경제 규모를 생각했을 때 전 세계 은행 순위에서 10~20위권 내에 있어야 하는데 KB금융이 60위권에 있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20위권 내에 들어가려면 KB금융이 지금 보다 자본 등을 2.5배 이상 늘려야 한다. 이것이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노력해서 가능할 것인지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자신이 도입한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뷰엠(LiivM)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그는 “알뜰폰의 실제 시장 변동을 보면 KB국민은행이 아직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알뜰폰 사업에 참여한 것은 KB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고 다양한 결합 상품으로 선택 폭을 넓히고자 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KB국민은행이 기존 알뜰폰 업체들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계자료를 보면 기존 통신 3사에서 고객이 늘었지 알뜰폰 업체에서 온 고객은 미미하다. 더 노력해서 이런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융권 사고들과 관련해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사과했다. 윤 회장은 “금융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과 신뢰다. 고객이 재산을 맡기는 것은 신뢰하기 때문이다”라며 “직원들 한명 한명이 정직해야 한다. 내부 통제를 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하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임기가 아직 2달이 남았다. 그동안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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