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 폴드5(왼쪽)과 갤럭시Z 플립5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5(왼쪽)과 갤럭시Z 플립5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의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5·폴드5가 국내 사전 판매 기록 102만대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또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그동안 부진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내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이다. 경쟁자인 애플에게 압도적인 수치로 뒤처지고 있어, 이번 신제품의 흥행이 향후 프리미엄폰 경쟁 구도를 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5, 갤럭시Z 폴드5 등의 글로벌 출시를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중국 등 50여개국에서 신제품이 출시됐고 다음달까지 글로벌 출시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갤럭시Z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단종하고 내놓은 신규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군이다.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대화면 강점을 폴드·갤럭시S 울트라 시리즈에 이식하는 한편, 젊은 층 디자인 선호도가 낮았던 브랜드 인지도를 플립으로 개선했다. 프리미엄 시장 내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사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신개념 제품이기도 하다.

이전 세대 갤Z플립·폴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립 시리즈는 낮은 배터리 용량과 커버 디스플레이 사용성이, 폴드 시리즈는 심한 발열과 두껍고 무겁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던 탓이다. 바형 대비 낮은 내구성이나 선명한 힌지 부분 주름 등도 폴더블 제품군의 흥행을 막는 요소였다.

그랬던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 플립4·폴드4부터다. 제품 전반적으로 문제가 됐던 발열과 내구성 이슈가 개선됐고, 배터리 및 제품 성능이 향상되면서 외신 등 IT전문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 결과 사전 판매량도 전작 갤럭시Z플립3·폴드3가 기록한 92만대를 넘어선 약 97만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번 신제품에서도 이어졌다. 갤럭시Z 플립5·폴드5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사전 판매 기간 동안 국내 총 102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국내 사전 판매 기록 중 최대 실적이다. 올해 초 출시 후 호평을 받았던 갤럭시S23(약 109만대)에 7만대 가량 못 미치고, 갤럭시S22(101.7만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갤럭시Z 플립5가 사전 판매 비중 70% 가량을 차지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플립과 폴드 비중이 6:4 수준이었던 전작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플립에 대한 젊은 층 선호도가 꾸준히 높은 편이었고, 이번 제품이 전작 1.9인치에서 3.4인치로 확대된 커버 스크린 등 사용성이 크게 개선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노태문 사장 [사진: 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노태문 사장 [사진: 삼성전자]

업계는 이번 삼성전자의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의 사전 판매 100만대 돌파가 폴더블 대중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됐지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견조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8분기 연속 하락했으나, 폴더블을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은 2분기 유일하게 성장했다. 스마트폰 전체 비중 내 폴더블 침투율도 지난해 5%에서 올해 8%, 내년 13%, 2025년 21%를 넘어 2027년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5·폴드5가 사전 판매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판매량을 1000만대로 설정했다. 전작은 1000만대에 거의 근접하게 팔렸으나 이를 넘어서진 못한 바 있다.

정식 출시 이후 판매량 확대는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 개선에 있어서도 필요한 일이다. 반도체 사업인 DS부문의 적자가 지속되는 만큼, 모바일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실적 기대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갤럭시S23이 출시된 올해 1분기 역시 MX사업부가 영업이익 3조9400억원을 기록하며 DX(Device eXperience)부문 전체 영업이익(4조2100억원)을 견인한 바 있다.

부진에 빠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에 대한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출시한 갤럭시S10(약 3500만대 이상) 이후 S시리즈 판매량 3000만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갤럭시S20은 첫해 2600만대를 기록했고, 잇달아 출시된 갤럭시S21·갤럭시S22는 약 2200만대 내외에 그쳤다. 플립·폴드 출시로 수요가 이원화됐다고 해도 기대치 대비 낮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그 사이 프리미엄 시장의 선두주자인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애플은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도매가 600달러 이상) 시장에서 75%의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삼성전자는 1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갤럭시S23, 갤럭시Z플립5·폴드5로 이어지는 플래그십 라인업이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분위기는 좋다.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3이 전작 대비 높은 판매량을 구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추산한 갤럭시S23 시리즈 5개월 판매량은 1616만대로 전작의 동기간 판매량(1299만대) 대비 24%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폴더블 전작인 갤럭시Z 플립4·폴드4는 11개월 누적 판매량 906만대로 갤럭시Z3 시리즈(939만대)를 넘지 못했다. 이번 신제품의 본격 출시 이후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배경이다.

한편 경쟁사인 애플은 오는 현지시각 기준 9월12일쯤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혹은 13일 공개되면 사전 주문은 15일부터 시작되고, 판매는 주문 뒤 일주일 후인 22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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