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프로젝트 스타링크 [사진: 셔터스톡]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프로젝트 스타링크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일론 머스크가 가진 가장 무서운 사업 무기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통신 네트워크일 수 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의 로켓 회사 스페이스X에서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시스템이다. 지난 2014년 머스크는 처음으로 '위성으로 만든 별자리'(인공위성 군집) 구축이라는 자신의 이상을 세상에 내놨다.

머스크는 평소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만들 때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는 등 비현실에서 출발한 자신의 공상을 실제세계에서 구현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다. IT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타링크라는 이름 역시 존 그린의 장편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에서 영감을 받아 붙였다고 말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대 4만2000개의 위성을 우주로 보내 인공위성 군집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링크의 첫 위성 60개는 2019년 5월 스페이스X의 팰컨 9(Falcon 9) 로켓에 실려 발사됐으며 현재는 4000여 개로 그 수가 늘어 지구 상공 곳곳을 점하고 있다.

스타링크의 위성은 지구 상공 250~2000km의 저궤도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성의 고도가 높을수록 통신 서비스의 응답 속도는 느려진다. 고도순으로 저궤도위성(250~2000km)의 평균적인 통신 지연율은 10밀리초(ms)이고, 중궤도위성(2000~3만6000km)은 100ms, 정지궤도위성(3만6000km)은 240ms의 평균 지연율을 보이는 등 점차 늘어난다.

이러한 원리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통신의 데이터 수신 지연(레이턴시)을 줄인다고 홍보한다. 또 스페이스X는 대부분의 스타링크 인터넷 사용자가 100Mbps 이상의 다운로드 속도와 5~20Mbps의 업로드 속도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우 전쟁의 숨은 공신 '스타링크' 현대전에서 통신 중요성 입증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통신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성능 증명하고 있다. 미군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정부 당국에서도 스타링크 서비스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미국과 영국의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1시간 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위성통신 공급망을 해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격 개시 전 상대국의 통신을 끊어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관련 군 전력을 무력화하는 시도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스타링크 위성망으로 드론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 셔터스톡]
우크라이나 군인이 스타링크 위성망으로 드론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 셔터스톡]

러시아의 침공 2일 후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스페이스X에게 스타링크 위성 수신기를 대량으로 요청했다. 페도로프 부총리의 요청을 받은지 불과 몇 시간만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링크 수신기 수천 개를 우크라이나로 전달했다. 지난해 10월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납품한 스타링크 위성 수신기가 2만5000개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우크라이나 방어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스티븐 부토우(Steven Butow) 미 공군 준장의 발언을 인용, "러시아 포격을 위한 좌표 전송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것까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에 없어선 안될 서비스"라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지난 6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도시와 마을, (러시아)점령지 봉쇄와 관련한 많은 순간에 (스타링크 위성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때때로 우리는 전투지역과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이는 통제력과 현실(정보)을 잃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전에서 통신은 매우 중요한 전략무기다. 탱크, 군함, 전투기와 같은 대형무기들은 레이더, 미사일 방어, 위성 및 드론을 통해 얻은 정확한 정보와 직면할 때 더 이상 전장의 우위를 보장하지 못한다. 또 이런 정보 취득 과정에는 전쟁 중에도 안정적인 통신망 공급이 필수다.

SD 프라단(SD Pradhan) 전 인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타임즈 인도에 기고해 "우크라이나전에서 인터넷과 사이버 공격의 영향은 속도와 범위 면에서 전례가 없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21세기 최초의 사이버 세계 대전이라 부른다"라고 전했다.
 

"내 편인 듯 내 편 아닌?" 우크라, 과도한 스타링크 의존 우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일각에선 스타링크 서비스에 대한 과한 의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스페이스X와 견줄 만한 경쟁자가 뚜렷이 없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천체물리학자 조나단 맥도웰(Jonathan McDowell)의 공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스페이스X의 위성은 전 세계적으로 발사된 위성의 60%가 넘는 4519개를 점하고 있다. 또 스페이스X의 위성은 최대 4만2000개로 늘어날 수 있다. 회사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각각 1만2000개와 3만개의 위성 운행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앙),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좌) [사진: 셔터스톡]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앙),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좌) [사진: 셔터스톡]

이렇듯 저궤도 위성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이스X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통신 인프라의 '피'가 됐다" "스타링크가 구한 생명은 수천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스타링크 서비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당국은 스페이스X 외에도 다른 위성 인터넷 공급 업체와 접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안으로 꼽힌 회사 중 어느 곳도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망 수준에 필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우려는 국가와 민간기업 간의 본질적인 이해 차에서 비롯한다.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위성통신망을 제공 중인 것은 맞지만, 그 사실이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 인터넷을 마냥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양국 정부, 군사 및 기업 등 다자간 이해관계에서 스타링크 통신망 사용의 결정권이 최종적으로는 스페이스X와 회사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에게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크림반도 인근을 해상드론으로 공격하려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인근 망 접근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이 장거리 드론 공격에 사용될 수 없다고 말하며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경고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후 러시아의 주요 해군기지가 위치해 있으며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맡고 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가 영토(크림반도)를 위협할 시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밝힌 바 있다.
 

스타링크의 활약, 미군도 집중…EU·중국은 견제에 속도

우주 내 영토확장으로 스페이스X는 미군, 유럽연합(EU), 중국 등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견제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제임스 디킨슨(James H. Dickinson) 미 우주사령관은 "우리(미군)는 처음으로 거대 별자리(스타링크의 위성 군집)가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고 있다"며 "스타링크는 위성통신을 유지하는 데 적합한 탄력성과 중복성에 대한 예시를 제공한다. 이것은 강력하며 우주사령부는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디킨슨 사령관은 미 우주사령부가 위성통신부터 우주 도메인 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133개 민간 우주산업업체와 협력 중이라고 말하며 군과 민간기업 간의 균형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체 우선 순위가 있고 때로는 변덕스러운 리더십을 가진 민간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군의 우주 명령 수행능력이 위협받지 않겠는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디킨슨 사령관이 머스크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EU의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 IRIS2 [사진: 유럽위원회]
EU의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 IRIS2 [사진: 유럽위원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및 연합도 스타링크에 대항할 수 있는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U는 세계 50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스타링크 시스템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하며, 이미 유럽의 일부 위성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을 사용한 것을 경계한다고 전기차 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전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역내시장 집행위원은 작년 11월 '위성을 활용해 유연성, 연결성 및 안전성을 확보하는 인프라'(IRIS2)라는 이름으로 유럽의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에 EU는 오는 2027년까지 31억5000만유로(약 4조6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여기에 유럽우주국(ESA)과 민간의 투자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진행된 IRIS2 사업 입찰에는 유럽의 대형 위성사업체 대다수가 참여했다. 그중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 히스데샛(Hisdesat), 히스파샛(Hispasat), OHB 시스템(OHB), 오렌지(Orange) 및 텔레스파지오(Telespazio) 등이 EU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U와 이들 업체는 다중 궤도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위성 군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중국 역시 우주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최강국이 되겠다며 우주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1만3000개의 위성 발사를 목표로 사업을 주도할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유한공사를 출범했고, 현재 최소 7개의 국영 및 민간기업이 중국의 인공위성 인프라 건설에 투입됐다. 앞서 지난 3월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러 차례 정보화 기반의 군 현대화를 강조한 바 있다.
 

'한 발 빠른' 스페이스X, 스타링크 기반 국방 사업 본격화

테슬라가 전기차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에서 레벨 4와 레벨 5를 바라보고 있듯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미 한 발 앞서 타 업체와의 격차를 공고히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머스크는 '스타쉴드'(Starshield)라는 스페이스X의 군사용 스타링크 거점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스페이스X에서 벌이는 사업들 [사진: 셔터스톡]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스페이스X에서 벌이는 사업들 [사진: 셔터스톡]

아직 스페이스X는 스타쉴드 서비스와 관련한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페이스X 공식 홈페이지에는 "스타쉴드가 국가 안보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및 발사 능력을 사용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스타링크가 광범위한 위성군집을 사용해 개인 및 회사가 지구상 어디에서나 고속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 스타쉴드는 대정부용으로 특별히 설계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쉴드는 각 정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보안 장치를 제공하고 '정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높은 보증 수준의 암호화 기능'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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