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반도체 칩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한파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따른 경기불황으로 전체적인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오는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열풍 확대로 고용량 메모리를 찾는 고객사가 늘어난 데다, 일부 메모리사 재고 수준이 낮아지면서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덕분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액 61조8512억원, 영업이익 2693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9% 줄고 영업이익은 98% 급감한 수치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1분기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실적 선방 요인이었던 모바일(MX) 부문 사업의 갤럭시S23 출시 효과가 줄면서 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으로 맞았다. SK하이닉스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액 5조9715억원, 영업이익 2조955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전년 대비 56.7%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 외 가전, 모바일 등 사업군을 갖춘 것과 달리, 전량 메모리반도체 중심인 사업 구조 탓에 더욱 큰 실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부진한 실적과 달리 양사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 시작된 양사의 감산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내 부풀었던 메모리 재고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상한 일부 유통사, 고객사 등이 2분기에 주문을 시작한 점도 재고 감축에 한몫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 실적도 '2분기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마이크론 실적이 우리 반도체 업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걸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마이크론은 3~5월(회계연도 3분기) 매출 37억5200만달러(약 4조8832억원), 순손실 18억9600만달러(2조4676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7% 줄었지만, 월가 등이 예상했던 36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이와 함께 전분기 말 대비 재고자산도 1.3% 증가하는데 그치며 부담도 줄어든 상황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도 "메모리반도체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믿는다"며 점차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6~8월) 매출이 41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I 시장 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가도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HBM은 고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D램을 수직 적층한 메모리 칩으로 주로 고성능 서버 등에 사용한다. 최근 열풍이 부는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등이 생산하는 GPU가 필요한데, GPU가 연산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HBM이 요구되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HBM3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장비 발주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역시 HBM3를 개발하며 양산 돌입을 위한 샘플 테스트 등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 [사진: 연합뉴스]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 [사진: 연합뉴스]

반면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시장의 의견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2분기를 시작으로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 수는 있지만, 올해 모든 상승세를 이룰 만큼 빠르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D램익스체인지는 PC용 D램 범용제품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전월 대비 2.86% 하락한 1.3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급락한 이후 하락폭은 점차 줄었지만, 하락세 자체는 멈추지 않은 상황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에 따른 실적 개선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HBM 매출 비중이 5~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승 추세에는 접어들었으나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비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장을 맡던 황상준 부사장이 D램 개발실장으로 선임됐고, 마케팅팀장은 윤하룡 상무가 맡게 됐다. D램 개발실 조직도 새롭게 개편, 하위 설계 1·2팀을 설계팀으로 통합하고 팀장 자리에 오태영 부사장이 임명됐다. 부서가 유지된 선행개발팀에는 유창식 부사장이 팀장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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